“Bonjour, Madame!” 프랑스에서 흔히 들리는 인사말이다. 사람을 부르는 프랑스어 표현으로 크게 무슈(Monsieur), 마담(Madame) 그리고 마드무아젤(Mademoiselle)이 있다. 문제는 여성을 가리키는 호칭인 마담과 마드무아젤이다. 흔히 기혼 여성은 마담으로, 미혼 여성 또는 젊은 여성은 마드무아젤로 불리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여름방학동안 파리에서 한 달간 지냈다. 어느 날 기념품을 사기 위해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점원이 나를 흘끗 보더니 “Bonjour Madame”하고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마담이라는 호칭을 듣게 되자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보이나 싶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음날 교수님께 이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프랑스에서는 성차별 문제로 인해 ‘마드무아젤’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여성에 대한 호칭 구분은 오래전부터 논쟁거리였다. 프랑스 여성단체들은 결혼 여부에 따라 호칭을 구분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마드무아젤 호칭 폐지 운동을 벌여왔다. 남성은 결혼 여부나 생김새와 관계없이 평생 무슈로 불리기 때문에 이를 비판하기 위해 마드무아젤의 남성형 명사인 ‘Mondamoiseau’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프랑스에서 한 번도 이 단어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는 어떨까.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는 스위스나 캐나다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마담을 공식 호칭으로 사용한다. 미국 등 영어 사용 국가에서는 기혼과 미혼의 구분을 없앤 미즈(Ms)를 사용한다. 프랑스는 이런 변화를 의식한 듯, 공문서에서 여성을 칭할 때 ‘마드무아젤’이란 용어를 폐지하고 ‘마담’이란 단일 용어를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프랑스어에는 이외에도 성차별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는 남성명사와 여성명사다. 직업군을 나타내는 명사의 경우 대개 남성 명사의 끝에 e를 붙이면 여성형이 된다. 하지만 professeur(선생님), medecin(의사) 등의 일부 단어는 남성과 여성 모두 남성 명사를 채택한다. 프랑스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단어 뒤에도 e를 붙이자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원래의 남성명사가 많이 쓰이고 있다. 마드무아젤 호칭 폐지에 관한 법은 5년 전에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마드무아젤 호칭은 여전히 들려왔다. 이처럼 습관처럼 쓰여온 말들은 단기간에 고쳐지기 힘든 것 같다. 이런 경우를 보면, 명사에 성별이 존재하지 않고 결혼여부 뿐만 아니라 남녀 상관없이 모두에게 “씨”를 붙이는 한국어는 지혜로운 언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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