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11.15 수 10:46
대동제, 기숙사
   
> 뉴스 > 여론·칼럼 > 상록탑
       
내 꿈은 현모양처가 아니야
나는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2017년 09월 04일 (월) 김승희 문화부 부장 dkdlel096@ewhain.net

  “얘가 무슨 결혼하려고 대학 간 줄 알아? 너 하고 싶은 것들 다 하고 결혼은 네가 하고 싶으면 그때 해.”

  내가 엄마의 딸이라서 가장 자랑스러웠던 날이 있다. 가족끼리 식사를 하다 아빠께서 대학 졸업 후 나의 계획을 물었다. 휴학도 하고 싶고, 세계 곳곳을 여행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아빠는 조심스럽게 “그래도 바로 교사 준비하고 결혼해서 안정적으로 사는게 낫지 않겠어?”라고 권유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길 바라며 한 말임을 알았기에 화를 내진 못했다. 하지만 나보다 더 화가 난 사람은 다름아닌 엄마였다. “승희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고 네 삶 다 누리고 살아. 결혼은 나중에 진짜 좋은 사람 만났을 때 해도 늦지 않아.”

  넉넉하지 않던 집안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고 아빠를 만나 집안일을 하며 직장을 그만 둔 우리 엄마는 한국사회에서 참 평범한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엄마는 한 번도 나에게 엄마의 꿈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다. 그저 나와 내 동생들이 엄마의 행복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큰 굴곡이 없던 엄마의 삶에 별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그제서야 엄마도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

  최근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답답한 사회에 화가 난 사람부터 암울한 현실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까지 참 다양한 반응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을 관통한 감정은 아마 ‘공감’이었을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겪게 되는 차별은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다. 아직도 25세 이상의 여자는 크리스마스 후의 케이크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아이는 여자가 키워야한다는 무의식 속에서 워킹맘이란 단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페미니즘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더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나를 가장 아끼는 아빠마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자를 출산과 집안일만을 위한 사람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엄마의 꿈을 알기까지 무려 21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나는 이화에 왔기 때문에 건강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화가 없었다면 내가 진정한 ‘사람’이 되는데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 모르겠다. 이화가 내게 준 가장 값진 가르침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과 확신이다. 나는 ‘약한 여성’이 아니라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또,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교수님부터 친구까지 함께 가치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든든하다. 이화의 가르침처럼, 우리 엄마의 마음처럼 절대로 세상의 시선에 굴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다 하고 살 것이다. 나는 여자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으로 태어났다. 아직 세상에 주어진 과제는 많지만 오늘도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김승희 문화부 부장의 다른기사 보기  
ⓒ 이대학보(http://inews.ewha.ac.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연애가 곧 행복은 아니다
사람의 손이 닿아 사라진 것들을 추억
“여가부는 모두를 위한 부처, 제도
졸업 앞둔 조예대생, “멀쩡한 재봉틀
마지막 사시에 본교생 5명 합격
“비혼, 그것이 궁금합니다”… ‘비비
창업의 A부터 Z까지, 선배들이 도와
학생회 선거 한 달 앞두고… 사회대
“구성원 동의 없인 해외센터 추진 안
인물단신
신문사소개 기자소개 사칙ㆍ윤리강령 광고안내 구독신청 기사제보 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이대학보(ECC B217)
Tel. 편집실 3277-4541, 4542, 4543. 사무실 3277-3166, 316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화경
Copyright 1999~2009 이대학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akbo@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