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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나온 여자들’의 수난시대
2017년 08월 28일 (월) 김동건 기자 gunnykddong@ewhain.net
   
 
  ▲ 그래픽=이화미디어센터 강영현 조교  
 

세 가지로 분류한 미디어 속 ‘이대생’ 부르주아부터 섹스어필까지

미디어가 창조해낸 허구의 이대생 “미디어는 균형 잡힌 묘사해야”

  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은 많다. 청년들이 막노동을 할 때 신촌에서 미팅이나 즐기고 있는 ‘이대생’(소설 「두물다리」, 2005)말이다. ‘이대생’은 부르주아(소설 「영희는 언제우는가」, 2003)라서 한 달에 1500만원씩이나 내면서 대학을 다닌단다.(SBS ‘웃찾사’, 2008) 학벌에 대한 허영심은 또 어찌나 강한지 도박꾼이 형사에게 잡혀가면서도 “나 이대 나온 여자”라고 말할 정도다.(영화 ‘타짜’, 2006). 그런 ‘이대생’ 이미지가 이번에는 불법 난자 거래에서까지 사용됐다.

최근 이대생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사용한 영화 ‘청년경찰’(2017)이 논란이 됐지만 사실 이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대생을 사칭하는 매춘부부터 허영심 가득한 사기꾼까지, 미디어는 허구적이고도 부정적인 이대생 이미지를 끊임없이 구축해 왔다. 이처럼 미디어가 왜곡된 이대생을 창조해낸 메커니즘을 지적하기 위해 지금까지 미디어에 등장한 이대생 이미지를 세 카테고리로 정리했다.

 

허영심 가득한 부르주아 ‘이대생’

동철 : 그럼 대학교 앞엔 왜 왔다 갔다 했어요?

혜영 : 그거야 대학교가 다니고 싶으니깐 왔다 갔다 하는 거지 그게 내 소원이야

영화 ‘바보선언’(1983)

대사 속 혜영이 왔다 갔다 하던 대학은 다름 아닌 본교, 혜영은 대학을 동경하는 매춘부다. 혜영의 터전 사창가와 대조적인 화려한 본교 앞거리가 러닝타임 내내 강조된다. 이러한 부르주아 메타포는 단순 동경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르주아 이대생과 대비되는 빈곤한 주인공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비참하면 비참할수록 본교 앞거리가 화려하면 화려할수록, 미디어 수용자의 본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감은 증폭된다. 이러한 메타포는 소설에서도 나타난다.

  창석의 친구가 창석에게 속닥였다. “걔네들보다 낫다.” “누구?” “혜련이.” “와아, 지난번 미팅한 이대생?” “걔네 완전 부르주아야.” 영희와 나는 고개를 푹 수그리고 발가락만 내려다봤다.

소설 「영희는 언제 우는가」(2003)

 “평등사회라고들 하지만 부르주아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중략)...그녀들이 신촌이나 명동의 레스토랑에서 웃고 떠들며 미팅하는 시간에, 나는 노동자들과 뒷골목 막걸리집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대폿잔을 기울여야 했다.”                               

소설  「두물다리」(2005)

  이대생과는 아무 인연도 없는 주인공들은 이대에 대한 선입견에 압도당해 이대생에게 자격지심과 원망감을 느낀다. 문제는 주인공들이 느끼는 감정이 독자에게까지 전달되기 쉽다는 점이다.

 이에 임소혜 교수(커미부)는 “이대생에 대해 미디어에서 고정관념에 가까운 묘사를 하고 있다”며 “이는 수용자에게 고정관념을 그대로 수용하도록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빈(특교·15)씨는 “부르주아 이대생이라는 메타포의 사용과 수용이 수십 년간 축적돼 마치 사실인양 굳어져버렸다”며 “미디어에 의해 생산된 이대생에 대한 허구의 틀이 본교생으로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대’라는 악세서리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내가 어떻게 그런델 가.”

  영화 ‘타짜’(2006)의 정마담이 형사에게 연행되기 직전 내뱉는 대사다. ‘타짜’가 개봉된지 1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변한 것은 없다.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2017)에서는 사기 행각이 들통난 쇼핑몰 사장이 경찰에게 “저 이대 나온 여자”라고 항변한다.

  한편 2006년 방영한 MBC 드라마 ‘얼마나 좋길래’에서는 주인공 선주와 본교생 출신으로 설정된 여성이 함께 신부수업을 받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이들은 모두 본교를 학문의 장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다. 그저 범죄자가 현실보다 자신의 우월함을 돋보이게 하거나, 여성이 결혼시장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한 일종의 장신구로써 본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다빈(사과·17)씨 또한 “‘나 이대 나온 여자’라는 것은 결국 이화여대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자신이 가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악세서리로 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성적 대상으로서의 ‘이대생’

  조직폭력배 두목이 이대생에게 과외를 받게 됐다. 두목은 과외 받는 것이 창피한 나머지 부하가 들어오면 나와 성관계를 맺는 시늉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이대생은 “저 이대 나온 여자”라며 거부하지만 두목이 돈다발을 내밀자 곧 요구에 응한다. 영화 ‘상사부일체 두사부일체3’(2007)에서 나오는 장면이다.

  한편 KBS 드라마 스페셜 ‘동정없는 세상’(2017)에서는 수능이 끝난 후 본교에 합격한 학생이 가터벨트를 입은 채 남학생을 유혹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유하나(인문·16)씨는 “조직 폭력배에게 돈을 받고 성관계 맺는 시늉을 해주거나 가터벨트를 입고 남학생을 유혹하는 다른 공학 대학생은 본 적이 없다”며 “우리 학교 학생은 대학생보다 여자라는 정체성이 더 강조돼 성적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김은실 교수(여성학과)는 “이러한 장면들은 ‘이대가 여성들의 간판’이라는 한국 사회가 본교에 가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준거를 제공한다”고 문제 삼는다.

  그는 “이대는 이대생들에게 세계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설계하고, 관계를 배우고, 삶을 만들어가는 곳”이라며 “영화나 미디어에서 이대생으로 재현될 때는 대학생이 아니라 여성으로 부각돼 특정방식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허구의 이대생을 빚어낸 미디어에 대한 그의 평가는 다음과 같았다.

 “고정관념과 편견에 기대는 너무 쉬운 재현방식이지만, 현실을 오도하고 여성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는 문제적 재현방식이다.”

  이에 대해 임소혜 교수는 “미디어는 자극적일수록 내러티브 흥미도가 증가되기에 이대생 스테레오타입을 포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도 “미디어 컨텐츠에서 다뤄지는 대상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균형 잡힌 묘사를 위해 노력하는 도의적 책임이 요구된다”고 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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