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안 쓰려 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정확히는 비하하는 표현 쓰지 않기다. 많은 욕이 약자혐오의 말들로 이뤄져있다. ‘병신, 거지’와 같이 말이다. 비하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당사자들이 들었을 때 상처받을 가능성 때문이다. 비장애인들끼리 장난으로 ‘병신’이라는 말을 사용했을 경우를 생각해보자.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더라도, 장애인은 자신을 비하적으로 표현한 단어가 농담 혹은 장난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비하 표현은 약자혐오를 자연스럽게 내재하게 만든다. 장애는 종종 정체성이 아닌 결함으로 여겨진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한 주체가 아닌, 비장애인이 ‘배려, 동정’해야 할 ‘불쌍한’대상으로 여겨지곤 한다.

  어떤 표현을 쓰지 않을지 결정하는 판단기준은 ‘그 언어가 표현하는 상황을 실제로 겪고 있는 당사자가 들었을 때 상처 받을 표현인가’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너 귀 먹었니?’란 말은 청각장애인에게 실례가 되고, ‘눈 삐었니’라는 말은 시각장애 비하표현이다. 모든 장애당사자가 본 말을 듣고 상처받진 않더라도, 일부 당사자는 그렇게 느낄 거란 걸 안다. 예전에 정서장애 당사자이자 인권강연을 다니시는 분께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일상에서 정서장애상태를 나타내는 말, ‘미친’과 같은 단어가 쓰이잖아요. 그런 말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그분은 대답하셨다. “솔직히 상처받았죠. 지금은 그냥 흘려들어요. 사람들의 언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말을 없애자고 할 수도 없고.” 지금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반복해서 상처받고 무뎌질 시간이 흐르기까지는 어떠셨을까. 나는 “솔직히 상처받았죠”라는 말을 듣고선 ‘미쳤다’는 말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진다. ‘그럼 무슨 말을 써?’라고 한다. 이해한다. 초반이나 지금이나 비하표현 사용을 자제하다 보면 중간중간 표현이 막힐 때가 있다. 어떤 표현을 써야 하지, 욕만이 주는 찰진(?)느낌이 안 나는데, 고민한다. 한편으론 당사자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해왔구나 싶다. 이렇게 의식하다 보면 대안을 발견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을 안 쓰는데 익숙해진다. 부정적인 감정의 ‘미치겠다’를 ‘폭발해버리겠다’로 바꾸고, 감탄할 때의 ‘미쳤다’를 ‘쩐다’로 바꿔 말한다. 대체어를 찾기 힘들면 그냥 형용사로 묘사한다. 

  ‘어떻게 그런 말들에 다 신경 써? 그냥 살래.’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특권이다. 비하표현의 비당사자라는 특권. 장애인이 아니라면 ‘병신같아’라는 말에 상처받지 않을 거고, 게이가 아니라면 ‘게이같아’라는 말에 상처받지 않을 거고, 질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지랄하네’ 혹은 ‘치매 걸렸냐’는 말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 혹은 주변에 당사자가 있는 사람은 누군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에 마음이 찔려버릴 수도 있다.

  불편한 건 당연하다. 기울어진 세상을 다시 보기 위해선 항상 그렇다. 그래서 제안해본다. 같이 불편해했으면, 조금씩이라도 같이 변화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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