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현재 신설기숙사 E-house의 ‘위드미’라는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처음에 편의점 알바를 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그동안 필자는 제대로 된 알바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에 조금은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알바하는 친구들의 푸념을 들어주면서도 항상 부러웠다. 돈을 벌고 싶었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경제적인 독립을 열망하는 소소한 발악이었다.

  1학년 때는 학점을 잘 받겠다는 의욕에 알바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바와 학점은  별로 연관이 없다는 뜻밖의 사실과 마주하게 됐다. 고민할 게 없었다. 필자는 개강하면서 알바자리를 열심히 찾기 시작했다.

  처음 편의점 알바생이 되었을 때는 매우 행복했다. 필자는 편의점 알바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계산대에서 물건을 계산하고 “손님 얼마입니다” “담아드릴까요?” “안녕히 가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등을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괜히 설렜다. 어린아이들이 소꿉놀이하는 기분이 이럴까?

  하지만 현실은 웬걸. 알바시간의 80%는 물류정리였다. 일단 오전에 어마어마한 재고들이 들어온다. 세 명이 꼬박 정리해도 3~4시간이 걸린다.

  물류를 무작정 정리만 하면 안된다. 일단 물품목록을 보면서 개수가 맞게 들어왔는지 일일이 재고를 확인한다. 그리고 물건을 넣을 때 식품은 유통기한 여유가 있는 물건이 뒤로 가게끔 순서를 정리해야 한다. 더 힘든 것은 음료수 재고를 채우는 것이다. 음료수 박스들을 옮기다보면 온몸에 힘이 쭉 빠진다. 

  기대했던 캐셔일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에 할인과 적립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몰라서 곤란해하는 것은 애교에 불과했다. 점심시간 즈음 줄이 길게 섰을 때 카드리딩이 안 돼서 쩔쩔맸고 하필 가르쳐줄 수 있는 분이 화장실 가셨을 때는 얼마나 울고 싶었는지 모른다. 

  물론 재밌는 순간도 많다. 한 박스씩 정리를 끝낼 때마다 밀려오는 뿌듯함과 비어있는 칸에 빼곡히 물건을 채워 넣을 때 느껴지는 안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끔 손님이 급하게 찾는 물건을 찾아드리면 그 환한 미소에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힘들다고는 했지만 앞으로도 필자는 중간 중간 옆집 카페에서 얻어마시는 커피와 가끔 유통기한 다 된 샌드위치에 기뻐하며 편의점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알바생들이 어리버리하게 버벅거려도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우리나라의 모든 편의점 알바생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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