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셀도르프대학교 Hochschule Dusseldorf


  “You Only Live Once” 한번 사는 인생 한혜인답게! 

  2016년 2학기, 독일에서 보낸 6개월의 교환학생 경험은 내 삶을 돌아보는 동시에 내다볼 수 있는 여유를 줬다. 교환학생을 다녀오기 전 모습은 너무 각박했다. 그저 육체적으로 지친 것이 아니라, 심적 여유가 없었다. 머리로는 행복한 사람이기를 빌었지만 마음은 행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일에서 귀국한지 한 달도 채 안된 지금, 나는 내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임을 확신한다.

  독일의 문화예술이 너무 좋아서 고등학생 때부터 언젠가는 독일에서 살 것이라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하지만 날로 쌓여가는 과제와 통학의 피로감, 독일어를 공부하다 드는 자괴감, 주말에는 알바까지. 겉으론 아닌척했지만 허우적거리며 살고있었다. 독일 생활에 대한 로망이 막연하게 멀어질 때쯤, 교환학생 덕분에 꿈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출국하는 날엔 부푼 기대감과 동시에 멀어지던 끈을 놓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결국 갈 줄 알았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있었다.

  독일에서의 삶은 한국과는 정반대였다. 기계산업 강국인 독일의 아날로그적인 삶에 놀랐다. 사실 놀랐다기보단 불편했다. 모든 관공서 및 병원은 Termin(일종의 약속 날짜)를 정한다. 한국처럼 아무 때나 찾아갈 수 없다. 무조건 약속한 그 날 그 시간에 업무를 볼 수 있다. 은행에 계좌를 만드는 일도 신기하다. 계좌를 만들면 카드, 비밀번호 그리고 보안카드 번호까지 우편으로 배달된다. 이렇게 우편으로 배달되기까진 약 1주-3주가 걸린다. 대부분이 전자메일로 처리되는 우리나라에 비해 독일은 많은 것들이 우편으로 처리된다. 인터넷 속도가 느려 지하철에서 인터넷 이용을 기대하긴 힘들다. 빠른 삶에 익숙해서 그런지 독일 생활 초반엔 조금만 늦어도 불안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어느새 집에 들어갈 때면 항상 우편함을 열어보고, 약속 날짜를 정한 뒤 그 시간에 맞춰 용무를 보며, 기차나 지하철에선 지나가는 사람들과 바깥풍경을 구경했다. 시간을 빠르게 소비하기보단 천천히 꼭꼭 씹어 소화시키는 삶이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던 벼룩시장에서도 이런 삶의 여유를 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 고장나면 그것을 대체할 새 물건을 사버리는 한국의 소비패턴과 달리 독일은 벼룩시장이 활성화돼있다. 오래되고 낡은 것을 버려야할 것으로 치부하기보단 아직 쓸 만한, 긴 세월을 버텨온 노신사로 여긴다. 낡은 것에서도 가치를 찾는 독일사람들의 정신이 보인다. 천천히 돌아가는 삶은 자연스럽게 마음에 여유를 줬고 당장 눈앞에 닥친 일들을 처리하는 능력보단 내 삶 전체를 바라보는 시력을 주었다.

  또한 작은 여행들이 삶의 범위를 넓혀주었다. 꽤 큰 도시들이 많이 모여 있던 주에 살았기에 근교 여행을 자주 다녔고 시간이 날 때면 즉흥적으로 중앙역에 가서 혼자 기차를 탔다. 이런 혼자만의 소소한 일탈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알아갈 시간이 많았다.

  3월 1일 귀국직후 이화에서 4학년 새학기를 시작했다. 바쁘게 흘러가는 한국 대학생활에 다시 적응 중이지만, 이전처럼 마음이 가난하진 않다. 내 삶의 퍼즐을 하나씩 천천히 끼워가는 중이며 마지막 그림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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