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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들의 가면극
2017년 03월 12일 (일) 진태희(국문·15) -

  ‘이불킥’이라는 말은 생각이 유독 많아지는 야심한 밤에 갑자기 자신이 했던 부끄러운 일이 생각나, 이불 속에서 헛발질하며 후회로 몸서리치는 것을 말한다. 단언컨대, 이 세상에서 ‘이불킥’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변가라고 할지라도, 자신이 했던 과거의 모든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흡족하게 미소 짓는 이는 없다. 한 번 떠오른 부끄러운 일은 쉽게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서 표류하다가, 문득 튀어나와 우리를 괴롭힌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괴로움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멋진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며 살아간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주변의 여러 상황에 따라 좋은 사람의 조건을 규정짓는다. 그러고 나서는, 타인이 충분히 흡족해할 만한 여러 개의 페르소나를 만들어내고, 때에 따라 착용한다. 페르소나를 쓰고 정성스레 연기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페르소나를 보며 상대의 페르소나가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마다 예민하게 군다.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부터 기인한 지독한 피로감 때문이다.


  우리는 후회로 인해 발생할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싫어서, 혹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 맞춰 페르소나를 만들어낸다. 사실 페르소나는 한 번 쓰면 벗어버리기가 쉽지 않다. 특히 페르소나를 썼을 때 타인의 인정과 칭찬이라는 달콤함을 맛보게 되면, 벗어내기가 더 힘들다. 다른 사람의 주관을 재료로 삼아 빚어내는 페르소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모조품이기 때문에, 이를 매번 착용해야만 하는 연기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처음에는 페르소나를 쓰고 벗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진다. 인위적으로 맨얼굴을 가려야만 하는 위장 용품이므로. 하지만 자주 쓰다 보면 페르소나를 쓴 자신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자신이 페르소나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가게 된다. 혹여나 페르소나를 착용하고 있음을 나중에 인지하게 된다 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시간이 흘러 버렸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페르소나이고 어디서부터 맨얼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점차 우리는 페르소나의 틀에 갇혀 자기기만이라는 연극의 주인공으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우리는 평상시 어떤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고민한다. 두터운 페르소나로 꽁꽁 얼굴을 싸매다 보면 ‘본래의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우리 사회는 ‘나’라는 개별적이고 진솔한 주체들이 이끌어나가는 세상이라기보단, 서로가 무척이나 닮아 있는 타인들로 구성된 공동체의 터전이 되고 만다.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면의 세상에서 살아가다 보면 점점 각박해질 수밖에 없다. 부끄럽더라도 맨얼굴을 드러내고 우리의 진심을 마주할 수 있을 때가 되어야만, 비로소 사회 곳곳에 퍼져있는 인위적인 만성 피로를 해결할 수 있다. ‘본래의 나’란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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