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구에 바로 전시돼있는 조류의 놀이 부스. 주로 늪지대에서 놀이를 즐기는 조류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천장을 뒤덮고 있는 울창한 나무를 배경으로 돌고래부터 벨딩땅다람쥐, 큰까마귀, 코요테까지 여러 가지 동물의 놀이가 자연사박물관에서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 장면은 1일부터 자연사박물관 4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동물의 놀이’(Animals’ Play)전 풍경이다.

 이 전시는 국내 최초로 동물의 놀이를 주제로 기획됐다. 관람객은 동물의 놀이의 정의, 유형, 기능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관계까지 생각하고 동물의 복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자연사박물관은 국내·외 기관 및 연구자의 협조로 동물의 놀이와 관련된 사진 103점과 영상 15점을 전시했다.

 동물의 놀이는 크게 ▲운동성 놀이 ▲사물 놀이 ▲사회 놀이로 나눌 수 있다. 운동성 놀이는 역동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놀이고 사물 놀이는 먹이, 생식 등과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놀이다. 반면, 사회 놀이는 인간과 같이 동물이 서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동물의 놀이를 배우고 체험해볼 수 있다.


▲ 한 어린이가 까마귀의 운동성 놀이를 체험하기 위해 미끄럼틀을 타고 있다.

△혼자서도 즐거움을 찾아가는 운동성 놀이와 사물 놀이
 까마귀류, 앵무류, 딱따구리류와 같은 새들은 운동성 놀이, 사물 놀이를 한다. 새는 어릴 때부터 공중 날기, 나뭇가지에 매달리기 등 운동성 놀이를 즐겨한다. 어린 새는 주로 나뭇가지, 돌 등을 서로 주고받는 사물 놀이를 가장 많이 한다. 

 까마귀류의 운동성 놀이는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미끄럼틀에서 체험할 수 있다. 미끄럼틀 위 스크린에는 흰 눈이 쌓인 지붕 위에서 큰까마귀가 원판을 타고 미끄러지는 영상이 상영된다. 관람객은 미끄럼틀을 타며 큰까마귀의 놀이를 따라할 수 있다.

 복잡한 놀이를 많이 하는 앵무류의 케어(Kea)는 자동차의 와이퍼를 부수거나 타이어의 공기를 빼는 등의 사물 놀이를 즐긴다. 재갈매기는 조개와 같은 사물을 물고 바닥에 떨어트리는 사물 놀이를 한다.


▲ '버블링 만들기' 체험을 하며 신기해하는 아이

 돌고래, 범고래는 바닷물과 바다생물을 이용한 사물 놀이를 한다. 분수공으로 물방울 만들기, 해파리 갖고 놀기 등이다. 포유류 놀이 체험에는 ‘버블링 만들기’가 있다. 체험실 안 탁자 위에 비치돼있는 동그란 판의 구멍에 바람을 불면 화면에 투명한 물방울이 생기는 영상이 나온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돌고래가 물방울을 만드는 놀이 과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 '고릴라와 술래잡기' 체험 부스에서 관람객은 고릴라와 가상으로 술래잡기를 할 수 있다. 고릴라와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

△다른 개체와 함께 하는 사회 놀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벽 뒤로 가면 영장류의 놀이에 관한 사진들이 줄지어 있다. 보노보, 오랑우탄, 침팬지 등은 쫓아다니기와 서로 뒤엉켜 뒹굴기 같은 사회 놀이를 한다. 특히, 고릴라는 또래나 더 나이가 많은 개체와 함께 인간의 놀이와 비슷한 술래잡기를 한다. 관람객은 영상체험 ‘고릴라 술래잡기’에서 고릴라와 가상으로 술래잡기를 할 수 있다. 화면 속 고릴라를 터치하면 고릴라가 등을 돌리거나 숲으로 숨기도 한다.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수달, 코요테 등이 박제돼있다. 가운데서 목을 꼿꼿이 세우고 정면을 응시하는 갈색빛의 수달은 주로 레슬링, 쫓는 놀이 등 사회 놀이를 많이 한다. 사진 속의 아프리카코끼리는 서로 몸을 문지르거나 코를 말고 레슬링 하는 사회 놀이를 한다. 어릴 땐 나이가 더 많은 개체와 부드러운 접촉 놀이를 하며, 청소년기에는 또래들과 격렬한 접촉 놀이를 한다. 벨딩땅다람쥐는 굴 입구에서 바깥세상을 빠끔히 쳐다보고 있다. 이들은 서로 쳐다보고, 얼싸안고, 다른 동료의 몸을 뛰어넘는 등의 사회 놀이를 주로 한다.

 운동성 놀이, 사물 놀이, 사회 놀이 외에 싸움을 통해 놀이하는 동물들도 있다. 코요테는 서로 무는 공격적인 성향의 놀이를 한다. 가을에 주로 놀이 싸움을 하는 북극곰은 자신들끼리 놀이 싸움을 하기도 하지만, 에스키모 개와도 레슬링을 하며 놀기도 한다.


▲ 이러닝(E-learning)을 통해 재미있게 동물의 놀이를 배우는 모습

△단순한 관람을 넘어 놀이 체험 및 생각의 공유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동물의 놀이를 학습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있다. 아이들은 ‘자연이와 함께하는 동물의 놀이 여행’을 주제로 한 이러닝(E-learning) 코너에서 태블릿 PC를 이용해 전시 내 동물의 놀이를 복습할 수 있다. 이러닝으로 동물의 놀이를 체험한 고은서(6·서울 은평구)양은 “동물이 진짜같이 생겨서 실제로 보는 것 같다”며 “전시로 본 동물을 컴퓨터로도 배우니까 더 재밌다”고 말했다.


▲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동물복지공익광고' 체험 부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공익광고로 가득 차 있다.

 전시장 막바지에 도달하면 한쪽 벽면이 아이들의 알록달록한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체험 코너 ‘동물복지 공익광고를 만들어 전시해 봐요’다. 아이들이 전시를 둘러본 후 동물복지에 대한 공익광고를 직접 만들 수 있게 마련해놓은 곳이다. ‘동물도 생명!’, ‘동물을 보호하자’와 같은 문구와 함께 동물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표현한 그림이 눈에 띈다. 

▲ 포유류의 놀이를 관찰하며 즐거워하는 모습

 동물의 놀이전을 기획한 자연사박물관 서수연 학예사는 “관람객들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아이의 삶에서, 그리고 동물들의 삶에서 놀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보고 실제로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 기획했다”며 “동물의 놀이에 대한 단순한 앎에서 그치지 않고, 놀이가 동물과 인간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물의 놀이전을 찾은 유지희(40·경기도 고양시)씨는 “동물의 놀이전은 단순히 아이들이 전시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기 생각까지 표현할 수 있는 장”이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시한 체험 코너가 인상 깊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한 유씨는 “아이들이 동물의 놀이로 동물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1월30일(목)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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