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행사나, 총장취임식 등에 꼭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이화공동체’다. 전 총장의 전략은 ‘학생, 교직원, 동문을 아우르는 새로운 이화공동체 네트워크’였으며, 이화브리핑에서 지속적으로 ‘이화공동체를 더 화합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올해는 이화가 13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으며, 동시에 큰 몸살을 앓고 있는 시기다. 미디어와 여론은 이화의 학내 사태를 조명했고 ‘이화여대 사태’에 대한 뉴스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래라이프대학으로 시작한 학내 대자보의 내용은 1600명의 경찰 투입 규탄, ‘불통’에 대한 비판, 그리고 한 학생에 대한 학사관리 특혜 등으로 변화했다.

  이 속에서 이화여대와 이화인들은 부정적 여론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130년 내내 함께 해온 이화에 대한 편견들과 유사한 맥락의 ‘학벌이기주의’, ‘순혈주의’, ‘막장’ 등 자극적인 키워드를 포함한 댓글의 ‘공감’ 수는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어떤 이들은 학생들의 시위가 학교의 이미지를 훼손시켰으며, 학내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 맥락에서 ‘학내 갈등’은 ‘이화공동체’의 대척점에 있는 의미로 사용됐을 수 있다. 공동의 목표와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공동체’ 안에서 ‘내부 갈등’은 그저 불필요한 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갈등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강화하지만, 내부 갈등은 때때로 불신, 집단의 해체와 같은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허나 내부 갈등은 다른 한편으로 그 공동체의 잘못된 부분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사회 내에서 각 구성원이 가지는 ‘목소리’의 크기가 다를 때, 그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이 없을 때 내부 갈등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 갈등은 그간 제기될 수 없었던 문제를 드러내고, 더 나은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 바람처럼, 올해는 이화의 아픈 부분을 도려내고 진정한 ‘이화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한국 여성의 ‘인격화’을 위해 단 한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이화의 역사를 고려한다면, 학내 구성원들의 작은 목소리, 비판은 존중될 뿐 아니라 인격을 가진 주체로서 동등한 위치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향후 의사소통 구조와 총장 선출방식 등의 절차는 ‘비슷한 크기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마련되기를 바란다. 명목적 의견 수렴 절차가 있다 하더라도 의견이 결과에 미미한 영향밖에 끼치지 못한다면 다른 의사 표현의 수단을 추구하게 될 것이다.

  4년 간 내가 겪은 이화공동체는 잘못된 점에 침묵하기보다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주었다. 혹자는 ‘예민하다’고 지적할 만한 점들에 대해 사소한 부조리는 ‘모두를 위해’ 넘어가자고 하지 않고 공감하고 함께 비판해주었다. 이화는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 보호, 권익 향상과 같은 구호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그 어디보다 존중되는 공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이화가 추구해온 가치이며 한국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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