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최순실 게이트로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관여하고 국가 예산을 재단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정황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보니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바로 미래라이프대학으로 점거농성이 시작됐던 초반, 최경희 전(前) 총장의 참모진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친박 인사로 참모진을 꾸려 국정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청와대 공식문건을 유출하는 일에 참모진들이 만류하지 않고 일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최 전 총장의 상황도 비슷했다. 최 전 총장은 7월28일 처장 및 평의원들과 본관 학생들의 대치상황이 이어져 경찰이 본관 내부에 진입할 때까지 본관에 나타나지 않았다. 교직원들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았지만, 최 전 총장에게 ‘본관 안은 위험하니 들어가지 마시라’고 보고하며 최 전 총장의 본관 진입을 만류했다.

  그러나 당시 최 전 총장의 선택은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다. 경찰 투입 과정을 두고 서대문 경찰서와 입장이 갈리면서 학내 구성원들로부터 다시 또 신뢰를 잃게 된 것이다. 이후 최씨 딸 정모씨의 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최 전 총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이미 등 돌린 학내 구성원들은 최 총장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

  달콤한 사탕을 많이 먹으면 기분은 좋아지지만, 몸이 안 좋아지는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하는 듣기 좋은 말은 지금 내 기분을 좋게 만들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악영향을 미친다. 지도자의 올바른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나쁜 길로 빠졌을 때 잡아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올바른 말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리더가 쓴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역시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로 손꼽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에게 직언하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있었다. 세종대왕은 자신의 정적인 황희를 등용해 국정을 보좌하도록 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구성원이 바라는 총장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총장’이 있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바람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해서 발전하기 위해서는 쓴소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본교도 마찬가지다. 최 전 총장이 사퇴한 후, 많은 이화인은 새로운 이화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적인 학내 의사소통 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고 여전히 처리하지 못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새로운 이화를 지속해나가기 위해서는 총장 및 처장들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리더는 그 쓴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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