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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한글 간판이 가득찬 거리를 그리며
2016년 10월 10일 (월) 김지현 사진부 부장 wlguswlgus32@ewhain.net

  지난 여름, 미국 여행에서 한인 타운에 들렀을 때 한글로 된 간판들로 가득한 거리에 왠지 모를 이질감을 느꼈다. 진짜 한국의 거리는 외국어 간판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드라마에 나오는 수십 년 전의 한국을 보는 것 같았다. 당장 학교 앞 거리에 나가보면 카페, 화장품 가게, 식당 등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상점은 크게 영어로 가게 이름을 표시하고 있다. 한글은 간판의 모서리에 작은 글씨로 쓰여 있는 게 전부다. 외국어 간판이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사용되지만 대부분의 가게들이 외국어를 쓰는 지금은 영어 간판이 딱히 멋있지 않다. 

  아예 간판에 적힌 글자를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학교 정문 근처에 위치한 한 골목은 중국어만 표기된 간판으로 가득하다.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함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셀 수 없이 그 골목을 지나다녔지만 아직도 정확히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모른다. 간판에 한글이 병기되어있지 않으면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큰 불편을 겪는다. 그 가게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방향을 찾기 위한 이정표로도 쓰이는 간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어 간판만이 가득한 그 골목은 ‘서브웨이를 지나 디어브레드로 가기 전에 빠지는 골목’ 그 어디쯤으로 표현된다. 중국어로 간판이 표기되어 있더라도 한글이 병기돼 있다면, 어디쯤이 아니라 정확한 위치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 간판은 물리적인 불편함을 넘어 심리적인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최근에 지어진 홍대 부근에 위치한 일본식 선술집은 지나치게 짙은 왜색으로 일각에서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건물 양식 자체도 왜색이 짙지만, 이 목조건물은 3층 전체가 일본어로 넘쳐난다. 한 간판을 제외하고 10개가 넘는 옥외광고가 모두 일본어로 표기됐다. 이런 일본어 간판들은 정보전달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도심의 간판이 일본어로 가득하던 일제강점기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어떠한 이들은 이러한 ‘개화기 컨셉’의 간판을 단지 ‘빈티지’로 설명한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복고풍’이라 변호하기에는 구현하고자한 시대가 일제강점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 따라서 수많은 일본어 간판이 붙은 이 건물을 보기만 해도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외국어 간판이 세련되고 한글 간판이 촌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 예로 인사동의 한글 간판 거리는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하나의 볼거리가 되었다. 이 거리의 가게들은 스타벅스, 투쿨포스쿨 등 영문 표기가 익숙한 이름을 다양한 글씨체의 한글로 표기해 익숙한 한글을 새롭게 느껴지게 한다. 또, 최근 전국 곳곳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한글 간판은 가게 특성과 어울리는 글씨체와 디자인으로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간판은 원고지 모양에 정갈한 글씨체로 ‘국어교습소’라고 적혀 그 의미를 정확히 전달한다. 이렇듯 한글만으로도 충분히 세련되게 간판을 만들 수 있다. 외국어에 매몰된 우리에게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보다보면 정겹고 예쁜 한글 간판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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