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이화여대 캠퍼스에서 꼭 있어야 할 곳, 그리고 가장 가고 싶은 곳, 지친 마음의 위로와 새로운 에너지를 구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요? 여러분 중에 창립 100주년 기념 도서관이라고 답할 분이 얼마나 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1958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이화여대 졸업생들에게 도서관은 헬렌관이었습니다. 폐가제였던 도서관에 자료 대출 요청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사환이 서가로 뛰어올라가 자료를 가져오고 이를 대출·반납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불편함은 1986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현재의 중앙도서관이 개가제로 헬렌관 위쪽으로 우뚝 세워지면서 사라지게 되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이화여대 도서관은 전국의 수많은 대학 도서관에서 견학을 오는 도서관이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30년이란 세월이 지나 이화여대 도서관은 2013년 지하 1층과 1층만 리모델링한 후, 계속해서 불어오는 대내외 변화의 거친 바람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카드목록, 온라인 목록, 웹 목록을 거쳐 이젠 디스커버리를 통해 본교에 소장하지 않은 자료까지 도서관에 오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정보 기술의 발전과 보이지 않게 도서관에서 일하는 전문 사서들, 그리고 대학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습니다. 정보의 디지털화와 디지털화된 자료의 활용과 보존, 관리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충분한 예산과 훌륭한 인적 자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명문 대학교인 하버드 대학교는 뜻있는 기부자들이 제일 먼저 도서관 기금을 마련하였고 대학 총 예산의 3% 넘게 도서관 예산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재 2,000만권이 넘는 장서와 90개의 분관 도서관, 892명의 도서관 직원들이 하버드 대학교의 명성을 이어갈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5-10% 밖에 안 되는 도서관의 인적, 물적 자원으로 이화는 세계 최고로 도약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대학교 등록금 동결이나 인하로 인해 대학 예산이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대학도서관의 예산 유지조차도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전자정보원(전자저널, 데이터베이스)의 구독가격은 매해 25% 이상 무섭게 오르고 있으며, 도서관 시스템 유지 관리 비용은 줄어들지 않고 인력 조정까지 진행되고 있어서 국내 대학도서관은 해법을 찾고자 지혜를 모으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의 심장(心臟)은 도서관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심장은 우리 몸의 중심에 위치하여 주기적인 수축에 따라 혈액을 몸 전체로 보내는 순환계의 중심입니다. 인간은 뇌사 상태로 생명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심장의 멈춤은 바로 죽음이며 심장이 약해지면 건강한 생활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과거부터 현재까지 생성된 모든 데이터, 정보, 자료, 지식, 지혜를 끊임없이 전달하고 소통하는 도서관이야말로 대학이 살아있는 유기체로서 성장하고 발전하며 도약할 수 있는 창조적 에너지 저장소, 즉 대학의 심장 역할을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베리타스(VERITAS) - 진리를 탐구하고 지혜를 밝힌다는 대학의 이상은 인공지능 시대가 될수록 강조되어야합니다. 그리고 대학도서관은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그리고 이를 보존하고 후
대에 전달하는 곳이 되어야만 합니다. 여러분! 여러분 모두의 성공과 더불어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에서 찾으십시오. 그리고 도서관이 여러분 인생에 있어서 든든한 친구이며 시·공간을 초월해서 온 세상을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임을 모두 경험하실 수 있길 새 학기를 맞이하며 간절히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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