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형예술관 A동 4층 아트센터에 가로, 세로 13인치로 정해진 규격 안에서 전시된 2600점의 작품 이명진 기자 myungjinlee@ewhain.net
▲ 생명의 상징과 회복의 원천인 빛의 의미들을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작품으로 표현한 힐링 라이트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이화의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각각 130명의 얼굴을 합성해 설치한 '이화 Face To Face'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 26일 오후9시 ECC 선큰가든에서 영상예술을 야외에서 전시하는 국제 행사인 이마프가 열렸다 김혜선 기자 memober@ewhain.net

  <편집자주> 휴웃길(중강당 앞 길)에는 산산조각 난 폐차가 있고, ECC 선큰가든에는 큰 스크린이 세워져 있다. 잔디광장에는 컨테이너가 놓여있으며, 운동장에는 두 개의 큰 얼굴이 걸려있다. 24일~29일, 본교 캠퍼스 곳곳에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들이 향연을 펼쳤다. 이화창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예술축제 ‘아트페스타 이화’다. 축제는 ▲작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블라인드 방식의 전시 이카프(ECAF:Ewha Craft&Art Fair) ▲지역과의 상생을 위한 디자인 창업페어 디자인 52(Design 52) ▲수출용 컨테이너를 활용해 팝업 갤러리를 운영하는 팝업컨테이너 프로젝트(PCP:Pop-up Container Project) ▲20세기와 21세기 이화인의 이미지를 구현한 공공예술프로젝트(PAP:Public Art Project) ▲미디어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마프(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로 구성됐다. 

△모두가 같은 조건에서 선보이는 작품

  본교 조형예술대학 2층에 위치한 이화아트센터 및 복도의 벽에 같은 크기의 그림이 일정한 간격으로 빽빽하게 걸려 있다. 정해진 규격 안에서 작가들은 자유롭게 작품을 만들어냈다. 하얀 캔버스에 검은 색으로 전화번호만을 써 둔 작품, 푹신푹신해 보이는 쿠션을 이어붙이고 실핀을 여러 개 찔러 넣은 입체적인 작품 등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벽을 채웠다.

  이카프 아트페어는 130주년을 맞아 동양화, 서양화, 도예, 섬유예술 등 전공을 초월해 졸업생 작품 1300개와 재학생 작품 1300개로 구성됐다. 크기는 모두 가로, 세로 13인치다. 2600개의 작품은 작가를 알 수 없도록 블라인드 방식으로 전시된다. 작품을 구매하길 바라는 관객은 원하는 작품을 골라 결제 후 그 자리에서 작품을 떼어 가져갈 수 있다. 

  작품을 전시한 김한비(동양화·13)씨는 “비록 작품을 올리긴 했지만 너무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구경하면서 많은 자극을 느끼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을 구매한 김상애(30·여·서울시 성북구)씨는 “어머니와 함께 구경하다가 마음에 들어 샀다”며 “집에 걸기 위해 샀는데, 밝고 화목한 분위기가 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화의 창의성을 보고, 사다

  본교 디자인학부 브랜드 ‘디자인 52’가 지역과의 상생을 주제로 디자인 창업 전시 ‘디자인 52’를 열었다. 전시는 ‘디자인 보다’와 ‘디자인 사다’ 두 부분으로 이뤄졌다. 

  조형예술관 C동 105호 시각정보디자인 전공실에 전시된 작품들은 알록달록한 창의성을 빛내는 동시에 향토의 내음을 풍긴다. 시각디자인 전공 학부생들은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산물, 문화재 등 고유 자원을 상품화해 전시했다. 꽃게가 유명한 인천 연평도의 취약한 접근성을 보완할 꽃게 푸드트럭 ‘피프틴크랩’, 김유정과 김삿갓 등 많은 작가들의 작품 속 배경이 되는 강원도를 야외수업 답사지로 개발한 ‘오늘은, 야외 수업’ 등이 눈에 띈다.

  이화스타트업 52번가에도 전시공간이 마련됐다. ‘상점재생’에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은듯한 개성 넘치는 발명품들이 전시됐다. 무선 충전기와 스피커, 알람 기능을 합쳐 침대 위에서의 편안한 스마트폰 사용을 돕는 ‘SWA CUSHION’, 식사 메뉴를 고민하는 이들이 무작위로 구슬을 굴려 음식점을 고르도록 도와주는 ‘어디 가지, 어디까지’ 등이 전시됐다. ‘어디 가지, 어디까지’ 작품을 만든 김지윤(산디·14)씨는 “소상공인과 연계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도움을 주고 학교 앞 골목에 더 많은 사람들을 유치하고자 했다”며 “제가 만든 디자인 작품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만의 '패션 디자인'을 뽐내다

  잔디광장에 컨테이너 두 개가 놓여 있고, 그 안에는 하얀 셔츠의 마네킹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팝업 컨테이너 프로젝트는 화이트 셔츠 프로젝트(White Shirts Project)와 힐링 라이트(Healing light) 두 가지로 구성됐다. 화이트 셔츠 프로젝트는 패션 셔츠를 전시하는 행사다. 전시된 셔츠는 모두 학생들이 구상, 디자인, 제작까지 담당했다. 전시를 관람한 한명윤(23·여·서울시 서초구)씨는 “셔츠라는 테마 안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며 “전시 공간도 컨테이너를 선택해 이색적인 느낌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성언(패디·14)씨는 “실제로 입고 다닐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어 본 것이 처음”이라며 “디자이너로서 첫 걸음을 내딛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힐링 라이트는 아트하우스 모모 옆 공간에서 열렸다. 행사는 생명의 성장과 회복의 원천인 빛의 의미들을 각자의 생각과 감정을 담은 작품으로 표현했다. 12명의 석·박사 과정의 본교생들이 전공 석사과정 ‘패션아트’와 박사과정 ‘패션의 시학’수업을 통해 참여했다. 작품 ‘Leaves’를 출품한 한애니(패션디자인 전공 박사과정)씨는 작품에 대해 “나뭇잎의 형태와 잎맥 조직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구상했다”며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나뭇잎이 살아서 춤추고 있는 모습을 같이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품으로 보는 이화얼굴 100년사

  정문 옆 운동장 펜스에 두 여인의 얼굴이 떴다. 20세기 이화인과 21세기 이화인의 얼굴이다. 조예대 재학생 24명의 공공 설치작품 ‘이화 Face To Face’는 아카이브를 활용해 얻은 이화인의 평균 얼굴을 약 2만개의 조각에 담은 뒤 펜스에 설치해 완성됐다. 평균 얼굴은 1910~1999년 130명, 2000~2015년 130명 이화인의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김종구 교수(조소과)가 총괄 지도를 맡은 ‘이화 Face To Face’는 본교의 특정 공간에 창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인 작품을 제작해 설치한 공공예술 프로젝트다. 운동장 옆 펜스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마주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작품을 감상한 김지민(경제·13)씨는 “한 사람의 얼굴 같지만 수많은 이들의 얼굴이 동시에 보이는 작품”이라며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화를 거쳐간 선배님들의 얼굴을 마주보게 돼 왠지 모르게 벅차다”고 말했다.

△밤하늘을 벗삼아 즐기는 미디어 아트

  캄캄한 저녁 하늘을 배경 삼아 본교 ECC 선큰가든 곳곳에 영상 스크린이 재생됐다. 스크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대중음악부터, 생소한 장소나 생소한 인물들이 나타났다. ‘이마프(EMAP:Ewha Media Art Presentation)’가 지난 24일 오후8시~오후10시 본교 교정 곳곳에서 ‘S.O.S’ (Save Our Souls)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마프는 영상예술을 야외에서 전시하는 국제 행사로, 올해는 창립 130주년을 기념하여 130명의 세계적인 작가들을 초대하는 등 그 규모가 어느 때보다 확장됐다. 

  이마프의 키워드이자 긴급 구조 신호를 뜻하는 ‘S.O.S’는 인류의 ▲안전 ▲연대 ▲인권 ▲표현의 자유 등 함께 안고 가야 할 과제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써 함께 고민하고, 이런 상황에서 예술과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재확인하려는 시도다. 
영상작품은 실내와 실외로 나뉘어 전시됐다. 실외 작품은 ▲ECC 선큰가든 ▲김활란 동상 뒤편 정원 ▲중강당 정원 ▲진선미관 광장 ▲본관 뒤편 정원, 실내 작품은 ▲중강당 ▲ECC극장 ▲아트하우스 모모 ▲포스코관 B153호에 전시됐다. 

  휴웃길 정상에 위치한 구스타프 메츠거(Gustav Metzger)의 작품 ‘Historic Photographs: Kill the Cars, Camden Town, London 1996’은 작가가 영국 런던의 캠든 타운에서 어린 아이들이 박살난 자동차 지붕 위에서 뛰며 짧은 노랫말을 반복한 장면을 재현해낸 작품이다. 실제로 완전히 찌그러진 차 뒤편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의 작품 중 상당수는 인류와 자연이 직면한 문제를 담는 만큼 이 작품에서는 자동차와 같은 최근 환경 문제의 가장 심각한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 연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운송 수단들이 거부의 대상으로 비춰진다. 

  이호정씨의 작품 ‘Faster, Higher, Stronger!’은 올림픽 중계방송에서 채집한 여성 운동선수의 모습과, 여성 출전이 가능하게 된 종목을 나열해 보여준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과거 여성에게 비합리적인 잣대를 드리운 과거와 달리 이제는 남성과 동등한 위치로 발전해온 여성상의 변화를 담고 있다.

  에밀리아 루프(Emilia Ruf)의 작품 ‘White Calf’는 소들이 초원에서 한적하게 방목돼 있는 영상이다. 이 작품은 베닌(Benin)이라는 시골에 사는 가족의 삶을 친숙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인 압둘라예(Abdoulaye)와 파티마(Fatima)는 한적한 전원생활을 뒤로 하고 고향을 떠났지만, 여전히 소 몇 마리를 키우는 꿈을 가지고 있다.

  행사를 관람한 임슬아(방영·12)씨는 “각 학교마다 상징적인 공간들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선큰가든’이 그런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을 단순히 지나가는 산책로가 아니라 전시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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