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pe ESC Troyes

  파리, 리옹, 마르세이유 등 프랑스의 유명한 여러 지역을 생각한다면 트루아는 사실 굉장히 생소한 도시 중 하나일 것이다. 중세시대에 굉장히 번영했다는 샹파뉴 지방의 주도이자 ‘천 개의 성당이 있는 도시’ 라는 별명을 가진 이 곳은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요하고 평화로운 전형적인 유럽의 시골 마을의 모습을 띠고 있다. 위치 상으로는 파리의 동남쪽이지만 건축 양식으로만 보면 프랑스 북부와 똑 닮은 트루아는 가장 번화한 시내가 걸어서 5분이면 끝날 만큼 작은 도시지만 유럽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큰 아울렛 단지가 있는 곳이다. 그 반대편에는 엄청난 수의 오리들이 모여 살고 있는 기다란 시냇물이 흐르는 울창한 숲이 있다. 알수록 알아갈 것이 많아지는 곳이다. 학교의 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리모델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건물도 상당히 깨끗하고 신식인 편이며 프랑스의 여타 기관과 다르게 커뮤니케이션이 빨리 되고 학내 국교처에서 학생들을 위해 많은 수속을 처리해 주는 편이다. 그리고 대학생 연합인 esn 소속의 학교라 교환학생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행사나 파티도 많은 편에 속한다.

  지난 4개월 가량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은 내게 특별한 감상을 남겨놓는다. 다른 나라에서 한번쯤은 공부하며 생활하고 싶어했던 어릴 적부터의 소망과는 별개로 어문학과 학생으로서 필수적으로 인식되는 교환학생 코스는 필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코스 중 하나였지만 그 과정이 전부 녹록하지는 않았다. 우선 프랑스는 널리 알려지다시피 ‘싸데펑’의 나라이다. 끝이 나지 않는 서류 과정 속에서도 늘 ‘복불복’은 존재해 무작정 다른 사람들의 후기만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무엇 하나 해결을 보려 하더라도 직접 발로 뛰어야 하고, 대도시가 아닌 이상 영어소통은 크게 기대하기 힘들어 차라리 불어로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쉬운 수준이다. 또한 혼자 생활하는 것에 대한 외로움 역시 예상외의 복병이었다. 스스로를 나름 독립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었으나, 부러 찾아 온 동양인, 특히 한국인은 더더욱 없는 이곳에서의 생활은 별 것 아닌 일에도 원초적 그리움마저 끌어오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교환학생을 통해서 성장한다는 것을 한 고개, 한 고개 넘어갈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로망을 갖고 있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해외생활을 겪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보게 되는 것들, 듣게 되는 수업, 만나는 사람들 모두 생각이나 기대와는 전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 찬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훗날 나를 이룰 조각들 중 하나를 빛나게 채워간 이 시간이 끝나감에 아쉬움을 느끼며 이 곳에 다시 돌아올 날을 미리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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