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에게 한국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빨리빨리', '급한 성격'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빨리빨리' 문화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문화이자,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이 예정시간 보다 조금만 늦게 도착해도 투덜거리면서 항의하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두 줄로 서 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한 줄로 올라가는 것 역시 종종 확인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을까? 이에 대해서 6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한국전쟁 이후 모든 것이 황폐화 되었던 한국은 1960년대 경공업,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산업 구조도 1차 중심에서 2차와 3차 중심으로 변화하여, 단기간에 후진국 형에서 선진국 형으로 도약했다. 국민들과 정부는 이런 엄청난 성장의 원동력을 빨리빨리 문화라고 여겼고, 빨리빨리 문화는 심지어 한국의 자신감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 빨리빨리 문화를 필두로 하는 성과주의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하나 둘 씩 나타나고 있다. 우선은 안전문제가 우려가 될 정도이다. 예를 들면, 성수대교 붕괴 사태를 들 수 있다. 77년부터 79년까지 정부 정책과 압박에 의해서 지나치게 빨리빨리 만든 성수대교는 설계도면대로 조차 건설 되지 못했고 결국은 붕괴로 이어졌다. 빨리 건설하기 위한 부실시공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빨리빨리 문화(성과주의)는 교육에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주입식 교육은 빨리빨리 문화의 폐해 중 하나이다. 한국의 교육 과정을 보면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양의 진도를 끝내는 것이 목적이다. 그 진도에 따라가지 못하고 조금 느리게 간다면, 그 학생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되어 도태되기 십상이다. 부모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 속에서 뒤떨어지지 않게, 더 앞서가게 할까 안달이 나 바쁜 스케줄을 만들어 낸다. 학생의 적성과 꿈에 대해 알아본다거나,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력을 키울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빨리빨리 문화는 또한 대학에서의 순수학문 발전 마저도 저해하고 있다. 2013년 5월 28일, 한남대가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 폐지를 확정했다. 앞서 배재대는 국어국문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 프랑스어문화학과 등을 통폐합하기로 했고 목원대도 독일언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를 폐지한다. 지역대학에서 인문학과 폐지는 확산되고 있다. 인문학은 전공을 살릴 경우, 사회과학에 비해 곧바로 뚜렷한 결과나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폐지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부정적 측면을 줄이기 위해 그 방향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결과보다는 먼 미래를 보는 태도와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눈앞의 결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성과주의적, 결과주의적 태도가 산업재해, 조급증, 학과 통폐합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숲을 볼 수 있는 눈을 갖는다면, 이러한 문제들은 조금씩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람 중심이 되면 ‘빨리빨리’를 통한 효율성 보다는 안전과 건강을 생각하게 되어 부실공사를 비롯한 여러 안전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의 장점과 단점이 전문가들에 의해 조금 더 면밀하게 파악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노력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이 선진국의 문턱까지 온 지금, 선진국 반열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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