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생의 본분을 어긴 행위"…학생 "졸업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경영학과 전공필수 있으신 분 연락주세요. 사례로 현금 20만원 드립니다”

  4학년인 ㄱ씨는 핵심교양(핵교)을 하나 남겨두고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회사에 취직했다. 졸업하기 위해서는 이번 학기에 핵교를 온라인 강의로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수강신청에 실패한 ㄱ씨는 강의를 구하기 위해 시간표 사이트 타임테이블(timetabl.com)에 현금 사례를 걸고 글을 올렸다.

매번 신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수강신청 대란과 강의 매매에 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글 내용은 “변진호 교수님 빼주실 분!! 사례하겠습니다”, “오세진 교수님 빼실 벗 제발 연락부탁드려요!! 사례 확실히 하겠습니다!” 등 사례 조건을 함께 제시한다.

  ㄱ씨는 “요새 취업이 정말 어렵고, 힘들게 직장을 얻은 거라 다시 취업 준비생이 될 수는 없었다”며 “20만원은 너무 많은 금액이지만 당시에는 그만큼 마음이 급했다”고 했다.

  ㄱ씨와 비슷한 이유로 ㄴ씨는 시간표상 맞는 채플시간을 구하지 못해 현금사례 5만원을 걸고 글을 올렸다. 졸업예정인 ㄴ씨는 “클릭을 온종일 할 수도 없고, 주변에 알아봐도 구하기 힘들어서 쉬운 길을 택하고 싶었다”며 “채플은 자리가 열릴 가능성이 있어도 강의는 교수님께서 학생지원팀에 직접 증원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면 최후의 방법인 사례를 통한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의 매매 글은 특히 정정 기간에 수없이 올라왔다. 2일~8일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이화이언(ewhaian.com)의 열린 광장에는 31개,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eveytime.kr)’에는 139개가 올라왔다. 타임테이블에는 경영학과 모 전공기초 과목에 12개의 사례글이 올라와 있기도 했다. 대부분 사례는 기프티콘 지급으로 이뤄졌지만, 간혹 높은 현금사례가 제시됐다.

  작성자가 ‘원하는 만큼의 사례’로 제시했을 때 다소 비싼 사례를 요구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특히 학생들은 전공과목의 사례를 비싸게 요구했다. ㄱ씨는 지난 학기에도 수강신청에 실패해 구체적인 사례금액 없이 사례 조건으로 글을 올렸다. 연락이 온 학생은 현금 5만원을 요구했다. ㄱ씨는 “전공과목은 사례금을 높게 잡아야 한다는 주변의 말을 듣고 판매자가 먼저 5만원을 제시했다”며 “판매한 친구 잘못은 아니지만, 학교에 입학해서 그런 모습을 배운다는 자체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무처 학적팀은 강의 매매와 관련해 본교 홈페이지와 이화 관련 각종 커뮤니티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해당 게시물이 확인되면 자진 철회 삭제를 권장하거나 무통보 삭제 처리하고 있다. 학적팀 이소라 과장은 “강의 수강 교과목의 구매 및 사례, 교환 등의 모든 행위가 양도·매매에 해당한다”며 “관련 글이 확인되면 해당 교과목에 대한 수강이 취소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학생과 학교 입장을 고려해 우선 수강신청제도, 장바구니, K-MOOC를 비롯한 온라인 수업확대 등 학습권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세대는 작년 이와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Y-CES(Yonsei Course Enrollment System)’를 도입했다. 이는 특정 과목 수강에 대한 욕구 정도를 학생이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교과목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제도다. 교과목의 수요 정도를 파악해 과목의 정원 조정 및 추가 개설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재학생에게 1인당 마일리지 72~76점을 주고 수강신청을 할 때 학생은 강의 우선순위에 따라 마일리지를 걸 수 있다. 그리고 교과목에 높은 마일리지를 건 학생에게 우선하여 수강신청을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본교 학생처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학칙에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수강신청 기회를 매매하는 것은 학생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이고, 수강신청이 됐다고 해서 해당 교과목 수강 정원에 대한 소유권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수강신청 기회를 매매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고, 적발 시 학생 징계 규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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