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동안 필자의 SNS 타임라인에서 대만, 중국, 유럽, 일본 등 해외 배낭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의 사진으로 가득 찼다. 이제는 방학 때 해외나 국내로 배낭여행을 다니는 것이 필수 코스가 된 듯하다. 취업 포털사이트 ‘잡코리아’와 ‘알바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방학에 해보고 싶은 대학생 로망 1순위는 바로 해외 배낭여행이다. 최근 방송사 tvn에서 연예인들이 배낭여행을 가는 <꽃보다 청춘>시리즈가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 여파로 배낭여행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배낭여행은 배낭을 메고 경비를 절약하며 다니는 여행이다. 해외 배낭여행은 돈이 없어서 혹은 말이 안 통해서 고생도 해보고 해외의 문물을 접하며 식견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TV 혹은 책,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을 실제로 보고 싶어서 떠나기도 한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실제로 보는 것의 의미가 더 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 배낭여행의 경험이 자기소개서에 쓸 한줄 경험으로 타락하기도 했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해외여행이 인생의 옵션이 아니라 필수 스펙이 된 것이다. 심지어 100% 취업을 보장해준다는 취업 풀코스 학원의 선발기준은 3.5 이상의 학점과 알바, 공모전 경험뿐만 아니라 배낭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다. 

 

  해외여행을 자신이 정말 가고 싶었던 여행지로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남들이 다 가는 여행에 남들 따라서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기 때문에 여행경비를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들까지도 등장했다. 아르바이트 경비로 돈을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여행 경비 및 교육비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연이율은 10~12.5%로 한 달 평균 유럽여행 비용 500만원을 대출받았을 때, 1년마다 62만 5000원의 이자가 붙는 것이다. 

 

  남들이 가기 때문에 가는 배낭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위한 여행이 되어야 한다. 현재 대학생들은 과제와 시험에 바쁜 학기를 마치고 방학 때는 계절 학기를 듣거나 자격증 시험이나 영어 시험공부를 하기 바쁘다. 갑갑한 도서관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는 것은 좋다. 그러나 남들이 다 가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무리를 해서라도 혹은 자기소개서에 쓸 한 줄의 이야기 때문에 가는 해외여행은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다. 여행을 가는 목적은 저마다 다양하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히는 즐거움을 위해 많은 대학생이 해외로 여행을 간다. 하지만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뒤따라서 수백만 원을 부모님에게 돈을 받거나 대출을 받는 여행은 지양해야 한다.  여행의 본질을 깨닫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진짜’, ‘나를 위한’ 여행이라는 인생의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