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자유대 (Free University of Berlin)

  처음에는 너무나 막막하게 느껴졌던 6개월이라는 시간이 어느덧 흘러 이제는 한국으로 출국을 고작 3일 앞두고 있다. 출국준비를 하면서 작년 8월 말, 처음 베를린에 왔을 때를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현실이었나 싶을 정도로 꿈만 같다. 교환학생에 대한 로망보다는 독일어를 잘해야겠다는 조급함과 내가 과연 혼자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더 컸던 만큼 처음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는 마냥 신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걱정에 기름이라도 들이붓듯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행정처리들(거주지등록, 은행개설, 학생등록, 비자발급 등) 중 어느 것 하나 한 번에 되는 일이 없었다. 그 때문에 시간도 빼앗기고 여행계획을 취소한 일도 있었지만 이제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웬만한 어려움이 닥쳐도 어떻게든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을 한 것 같다. 

 

  학기 시작 전에 6주간의 어학수업(Vorkurs)라는 것이 있는데 추가로 돈을 내면 양질의 독일어 수업을 받을 수 있고 가장 큰 장점은 여기서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어학 수업에서 정말 좋은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되었으나 불행히도 나는 양질의 수업을 받지는 못했다. 수업을 맡은 선생님의 재량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수업만족도는 대부분 선생님에 따라 결정되었던 것 같다. 어학수업이 결코 싼 가격은 아니므로 혹시 어학수업을 들을까 말까 고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부분은 감안을 하고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독일인들은 원리원칙주의자이고 약속시간도 잘 지킨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이곳에 실제로 와서 느낀 점은 그런 사람도 있고 안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똑같은 행정처리를 하러 가도 창구직원 마다 기준도, 융통성도 달랐다. 하지만 재밌게도 독일인에 대한 그 고정관념을 학교 수업시간에 직접 볼 수 있었다. 교수님이 기말고사 일정을 알려주시자 독일학생들이 일제히 스케줄러를 꺼내들고 적었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은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했는데 말이다. 여전히 독일인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일을 하는 것보다 종이로 된 문서 작업을 고집하는 것 같다.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카드를 발급받는데 반드시 우편으로 받아야 하고 모든 중요한 문서는 종이로 딱 한 장만 준다. 그 문서를 잃어버리면 재발급 받을 수가 없다. 처음에는 이런 부분들이 너무 구식이고 느리고 번거로웠으나 어린나이부터 스케줄러를 쓰도록 교육받은 독일인들이 하루아침에 한국처럼 빠르고 효율적이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독일이 유럽의 중심에 있는 만큼, 지리적으로 학기 중 틈틈이 여행을 다니기에도 좋았고 베를린이 대도시인 만큼 한국식당도, 한인마트도 많아 얼마든지 한국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물가도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해서 여전히 유학생이 살기 좋은 도시인 것 같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돌이켜 봤을 때 좋은 기억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독일에, 베를린에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이번 교환학생 기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이 여유로움이 그리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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