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주제이지만, 대학에의 진학 목적에 대한 논의에는 언제나 이견이 존재한다. 우리네의 인생은 끊임없는 문의 연속이다. 대학입시라는 문을 열면 또 취업이라는 문을 열어야 하고, 그 후엔 결혼, 육아, 직장 생활, 노후 대비 등의 문들이 수없이 이어진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학을 취업과 그 이후 이어질 탄탄대로의 인생을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삶을 얻기 위해 우리는 좋은 대학에 가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의 ‘수단화’ 현상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 시대에 진정 대학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써 바라보고 오는 학생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대한민국 사회에서 정해진 삶의 틀 안에서 대학을 왔기 때문에 대학을 오직 순수한 목적으로 보고 있지 않은 채 대학에 왔다. 그러나 지난 2년 가까이 학교를 다니면서 이제 대학은 나에게 수단이 아닌 목적이 되었다. 많은 친구들이 경영, 경제를 주전공 또는 복수전공으로 삼고 싶어 한다. 이러한 선택의 이유의 근본에는 ‘취업’에 대한 압박과 책임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1학년 1학기에 경영학과 수업을 신청 했었는데, 첫 수업을 듣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바로 철회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나는 이러한 선택을 과감히 버리고, 고등학생 때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국어국문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했다. 주전공은 재수 시절부터 꿈꿔왔던 인문학의 근본인 철학이다. 흔히들 나의 전공을 들으면, “너, 취업 안하고 대학원 갈 거야?”라는 질문을 하고는 한다. 우스갯소리로 인문대 전공 친구들과 나중에 치킨집이나 차리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진학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내가 현재 공부하는 전공들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나는 아직 미래를 생각하며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미래를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오직 미래만을 위해서 사는 내가 아닌 ‘현재’의 내가 되고 싶다. 지난 2년 간 두 학문을 공부하며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공부가 즐겁다고 느꼈고 이 두 학문을 더욱 더 깊게, 또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현재의 나를 위한 선택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용 학문을 비난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모든 학문은 매력적이다. 내가 실용 학문을 택하지 않는 것은 순전히 나의 성향과 선호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대학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공부가 싫다면 대학에 오지 않아도 괜찮지만, 우리 사회가 정해놓은 틀이 그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협’이다. 어느 정도 사회의 틀을 따라가되 그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 물론 이는 모순처럼 느껴지는 말일 수도 있겠으나 그 타협의 지점을 찾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러니 어린 그대, 대학이라는 틀 안에서는 적어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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