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교보문고

 사랑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프랑스 철학자 미셸 몽테뉴(Michel Eyquem de Montaigne)는 “사랑에는 우리를 피해서 달아나는 것을 미친듯이 쫓아가는 욕망밖에 없다”고 말한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참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스스로 창조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사랑의 정의는 너무나도 다양하다. 그래서 연애는 할수록 어렵기만 하다. 이화인들도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한다. 이화인들의 사랑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때로는 연애를 통해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고민이 생겨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낭만적 사랑과 사회」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사랑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사랑은 상대방을 통해 완벽해질 수도, 그 반대로 사랑 자체는 완벽한 것이 아닐 수도, 혹은 더 이상 순수한 연애는 없을 수도 있다. 본지는 세 권의 책을 통해 사랑과 연애, 그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상적 사랑과 현실적 사랑의 괴리…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의 균형 잡아야
 본교생 ㄱ씨는 동갑 연인과 3년간 사귀고 있다. 4계절을 3번이나 함께 보냈지만 그들의 사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사귄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사소한 일로 다투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 과정에서 잠시 이별하기도 했다. 다시 그와 연애를 지속하는 지금도 ㄱ씨는 ‘어떻게 하면 권태기가 찾아오지 않을지’, ‘연인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 건지’ 등에 대해 고민한다. ㄱ씨에게 사랑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나오는 주인공 ‘나’와 그의 연인 ‘클로이’는 이들과 많이 닮아있다. 책 속의 이들은 지극히 현실적인 연애를 한다. 주인공은 클로이와 프랑스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만났다. 주인공은 클로이와 자신은 989.727분의 1의 확률을 뚫고 만나게 된 것이라며 ‘낭만적 운명론’을 확신한다. 그들은 서로 끝없이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이들 또한 ㄱ씨 커플과 마찬가지로 싸움의 횟수가 잦아지게 되고 화해와 갈등을 반복하다 이별까지 하게 된다. 책 속의 주인공도 현실 속의 우리도 사랑 앞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적 연애를 철학적으로 풀어낸다. 그 방법의 하나로 ‘마르크스주의적 사랑’을 예시로 든다. 저자가 해석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사랑은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이 좇는 사랑이 여전히 공상적 영역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즉, 인간은 강렬하게 사랑을 추구하지만 한 번 그 목표가 현실적으로 실현되고 나면 본래의 욕망이 사라져 현실 속 상대방에게 소원해지고 마는 것이다.

 ㄱ씨도, 주인공과 클로이도 저자가 해석하는 마르크스주의적 사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989.727분의 1의 확률로 상대방을 만났지만 결국에는 서로에게서 이상적인 사랑의 모습만 발견하려다 다투고, 이별한다. 이 책도 만약 이들이 친구 사이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상대에게 한다고 지적한다. ‘연인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일종의 소유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타락한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그런데 그런 존재가 어느 날 마음을 바꾸어 나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나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중략) 그/그녀가 정말로 그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p.59~60)

 저자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마르크스주의적인 순간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주의적 사랑의 해결책은 바로 자기 사랑과 자기 혐오 사이의 균형이다.

 “자기 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람이 보답 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p.72)

△타인을 사랑하기에 앞서 나를 사랑하기
ㄴ씨는 최근 연인과 헤어졌다. ㄴ씨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감,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하루빨리 새로운 사랑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는 새로운 사랑을 찾기 전, 자기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하는 대상은 바로 '나'라는 것을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정말로 원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자신에 대해 잘 알고 나서 사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상대에게 잘못을 평가하기 전에 ‘내가 왜 이런 사람과 사귀게 되었는지’, ‘나의 문제는 뭐였는지’ 등 나의 어떤 성향이 왜 그런 대상을 욕망하도록 유도했는 지를 성찰해야 한다. 이런 성찰을 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도 반드시 동일한 상황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외로움에 대한 공포’로 성급하게 사랑을 찾는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온갖 매뉴얼이 난무한다. 연애에 관한 책이 많아지면서 연애를 할 때의 행동을 규정한다거나, 미의 기준을 부여하는 등이 그 예다. 저자는 이러한 세태를 꼬집는다.

 저자는 ‘반쪽이’ 전설을 부정한다. 반쪽이 신화에 따르면, 사랑은 잃어버린 나의 반쪽을 찾는 일이다. 사람들은 내 짝을 만나기 전까지 미완의 존재, 불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연인이 생겼다고 비로소 완벽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다. 저자는 끊임없이 연인 사이에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사랑은 ‘반쪽’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같이 걸어가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사랑은 ‘대상’이 아닌 ‘나’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대상을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내가 어떻게 관계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사랑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결정한다. 사랑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전적으로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반쪽이 있다면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맹목적 믿음에 근거한다. (중략) 그러므로 중요한 건 반쪽이를 향한 무한도전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짝을 찾는 일이다. 함께 걸으려면 최소한 방향이나 시선이 같아야 한다. (중략) 서로 상생 관계에 있으면 지향점이 같아서 잘 어울린다고 보는 것이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p.56~57)

 이러한 이해에 기초한다면 실연도 더 이상 불행이 아니다. 사랑은 대상이 나를 선택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별은 결국 나 자신이 다른 시공간의 인연을 만나는 장이 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위해서 그런 진통을 겪은 것이 아닐까. 질병이 오는 건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다. 결별 또한 그렇다. 충격과 아픔을 수반하는 건 틀림없지만, 생명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삶을 유지하는 최선책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해서 나를 ‘버리고’ 떠난 이들에게 진정 감사하는 순간이 도래할 것이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p.182)

△현대인의 사랑 거래가 되다…사랑에 대한 냉소적 자세
?처음 만난 날, 그는 나더러 은방울꽃 같다고 말했다. (중략) 다음날부터 나의 컨셉트는 청순함이었다.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흰색이나 파스텔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정성껏 드라이하여 어깨쯤에서 찰랑이게 하고, 말을 많이 하는 대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 되었다. 스킨십에 있어서도 조신하려고 애썼다. 그렇다. 마침내 내 인생 스물두 해를 걸고 배팅해볼 만한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 「낭만적 사랑과 사회」, P. 26~27)

 ㄷ씨는 친구 ㄹ씨의 연애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신의 연인과의 연애담을 항상 ㄷ씨에게 자랑하지만 그들의 연애를 듣기에는 불편하기 때문이다. ㄷ씨가 보기에 ㄹ씨의 연애는 ‘과시하기 위한 연애’다. ㄹ씨는 연인의 직업을 자랑하고 연인이 잘못을 해도 정작 연인의 기분을 맞춰주느라 바쁘다. ㄷ씨가 보기에는 ㄹ씨는 연인의 기준에 따라 자신을 맞추고 있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에서는 근대화가 되면서 사랑이 ‘소유의 개념’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남성은 권력을 과시하고 여성은 미를 가꾸게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 연애는 상품이 됐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저자는 자본, 소유의 개념이 된 연애를 하면서 사람들은 남에게 과시하거나 자신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연애를 한다고 비판한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속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와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이 하는 사랑, 연애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남성중심적인 연애 속에서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부여받은 이미지로 연애를 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유리’는 자신이 욕망하던 호텔에서 바라던 연인과 잠자리를 가졌지만 허무함을 감추지 못하고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고미숙 저 | 북드라망 | 2008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달인」 제4권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연애 불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에로스 처방전이다. 사랑과 연애가 대상이나 매뉴얼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기술'에 대한 문제임을 조목조목 살펴본다. 특히 서양과 동양의 철학뿐 아니라, 동양의학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사랑으로 '사랑'이 '운명애' 문제임을 드러내고 있다. 생애에서 가장 열렬한 사건인 사랑과 연애를 제대로 겪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스스로가 자신의 운명의 주인으로 튼튼히 서야 함을 일깨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저 | 청미래 | 2002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사랑의 딜레마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풀어낸 책. 작가는 1인칭 화자인 주인공과 그의 연인 클로이가 엮어나가는 러브스토리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분석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클로이'와 옆 좌석에 앉게 된 ?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희박한 확률로 만났다는 ?낭만적 운명론?에 빠져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서로를 이상화하며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섹스를 하고 사랑을 하다가 클로이가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나'를 떠나면서, 사랑은 종말을 맞이한다. 실연을 당한 '나'는 '자살'을 기도하는 등 실연의 상처에 깊게 베이지만 결국 그녀가 없는 삶에 점차 익숙해지고 '사랑의 교훈'을 깨닫게 돼 어느 순간 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작가는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역사, 종교, 마르크스를 끌어들여, 첫 키스에서부터 말다툼과 화해에 이르기까지, 친밀함과 부드러움으로부터 불안과 상심에 이르기까지 연애의 진전을 독특하게 그려낸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 정이현 저 | 문학과지성사| 2003
 '내추럴 본 쿨 걸'에게도 나름대로 진정성은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 정이현의 '쿨'한 여자들에 관한 8편의 단편 모음집. 다분히 냉소적이고 싸늘하며, 실리적이고 확고한 여성 주인공들은 우리 시대 남성중심적인 연애방정식의 오류 속으로 과감히 침입, 그 부조리를 가볍게 제거한다. 저자의 매력적인 글쓰기 방식은 발칙한 주인공들의 근원적인 에너자이저이다. 기발한 각주의 맛, 날렵한 구성, 명료한 영화적 글쓰기가 돋보이는 이 책은 지질한 연애로 초토화된 인생을 가뿐하게 복구시켜 줄 것이다. 2002년 봄 데뷔 이후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온 화제의 신인 작가 정이현이 그동안 발표해온 단편소설 8편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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