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생(生)과 사(死), 순간과 영원. 작품에 시간을 대입해 인생을 말하는 예술가가 있다. 본교 조형예술대학 박애정 교수(섬유예술과)다. 박 교수는 10월20일~10월31일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Times Goes by...’라는 기획초대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박 교수의 24번째 개인전이다.

 박 교수는 1987년 이후로 꾸준히 개인전을 열어오고 있다. 꾸준한 전시가 자기발전의 원동력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본교에서 섬유예술을 전공했고, 미국에서 설치미술을 전공했다. 새로운 전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회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앞서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평면에서 입체로 나오고 싶었어요. 회화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설치미술에서는 입체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에 흥미로웠죠.”

 지금까지 열어온 박 교수의 전시 주제는 ‘시간’과 ‘동서양의 만남’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중 시간은 박 교수에게 가장 익숙한 주제이자 원하는 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소재다. “시간이 자연스럽게 흐르듯, 주제를 정해놓고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아도 결국 제 작품은 시간이라는 주제를 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는 특히 실을 사용한 작품이 많다. 그가 실을 주요 작품 소재로 택한 이유는 부드러운 실 자체의 촉감뿐만 아니라 각각의 실이 가진 서로 다른 매력 때문이다. “실은 같이 뽑혀 나왔다고 하더라도 하나하나가 다른 굴곡, 다른 모양을 갖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박 교수의 작품 또한 각기 다른 느낌을 풍긴다. 각각에 담긴 의미도 다르다. 그래서인지 박 교수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을 꼽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저에게는 모든 작품이 특별하고 소중해요. 관람객들이 서로 다른 작품을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선택하듯, 저에게도 각각의 작품이 모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모든 작품에 애착이 있다 보니 한 작품 한 작품의 작업 과정에서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박 교수는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금속 프레임에 구리와 스테인리스 선을 감은 작품 작업을 꼽았다. “실과는 다르게 금속을 스테인리스 사각형 틀에 하나하나 구부려 감는 것이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철사를 다루는 과정 자체에서 소리나 긴장감, 반사되는 느낌이 정말 좋았죠.”

 늘 새롭게 변화하는 전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창작은 고통’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새로움을 창작하기는 쉽지 않다. 박 교수의 창작을 위한 작은 비법은 소재를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다. 또, 반대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소재를 보러 다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섬유와 설치, 전시에서 현대적인 조명까지 이용하는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조각으로 선을 표현해내려고 하고, 전시에 LED 조명을 사용하기도 하며 다양한 설치 작업에 도전했다. “예술은 끊임없이 변해야 해요. 변화를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재료나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작업을 시도해야 하죠.”

 섬유예술에서 조각, 설치미술을 거친 그에게 여전히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분야가 있다. 바로 공학과 예술의 만남이다. “융합이 키워드로 떠오른 것처럼 예술 분야에서도 공학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사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실 변색을 직접 해보려 했는데 시간이 부족해 하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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