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큐스대, 시설·제도 등 생활면에서의 지원도 풍부
시라큐스대, 시설·제도 등 생활면에서의 지원도 풍부
  • 공나은 기자
  • 승인 20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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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는 미국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 제정된 지 25주년 되는 해다. 7월12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장애인 퍼레이드가 열렸다. 미국은 국가뿐만 아니라 대학 차원에서도 장애인 권리 증진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 뉴욕주 시라큐스시에 위치한 시라큐스대(Syracuse University)는 장애를 가진 학생 및 교직원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시설과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지난 8월19일~8월29일 장애 학생 및 교직원을 위한 시라큐스대의 지원에 대해 취재했다.

 시라큐스대 건물 곳곳의 출입문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표시가 그려진 손바닥 크기의 버튼이 있다. ‘PUSH TO OPEN’(열기 위해 누르세요)이라고 적힌 버튼을 누르면 문이 앞쪽으로 천천히 열린다. 휠체어를 타거나 움직임이 불편해 여닫이 방식의 문을 밀거나 당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 학생 및 교직원을 위한 것이다. 이처럼 시라큐스대는 장애 학생 및 교직원이 학교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장애로 인해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도록 노력한다.

△장애가 제약 안 되도록 작은 ‘시설’부터 신경 쓰는 시라큐스대
 시라큐스대는 아주 사소한 시설에도 세심한 배려가 녹아있다. 시라큐스대 강의실, 교직원 사무실 문 앞 표지판을 보면 몇 호인지를 나타내는 숫자와 함께 점자가 있다. 교직원 명함을 만져보면 점자로 이름, 전화번호 등의 정보도 알 수 있다. 또한, 손가락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팔뚝 힘으로 서랍장 문을 여닫을 수 있는 V자 모양의 문고리도 설치돼 있다. 휠체어 때문에 높은 곳에 손이 닿지 않는 사람들은 낮은 높이에 위치해 있는 옷걸이에 옷 등을 쉽게 걸 수 있다.

 시라큐스대는 장애 학생 및 교직원에게 장벽이 될 수 있는 자연재해로 인한 문제도 해결하려 노력한다. 1년의 절반 눈이 오는 시라큐스시는 미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온다고 알려진 지역이다. 이에 시라큐스대는 움직임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길의 눈을 먼저 치우고 이 길을 지도(The Syracuse University Access Map and Guide)에 빨갛게 표시한다.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도 장애서비스사무실(ODS-Office of Disability Service) 홈페이지에 게시된 지도를 보고 눈이 많이 쌓인 날에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로 신체와 환경으로부터 감각정보를 지각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3학년 에밀리 리코(Emilie Ricco)씨는 시라큐스대 덕분에 수월하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라큐스대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러한 시설이 있어 더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제도’로 지원하는 ODS
 시라큐스대 소속 ODS는 장애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는 데 느낄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핵심적인 기관이다. ODS에서는 시험응시, 노트필기, 출결 등 장애 학생들이 수업에서 필요로 하는 사항 전반을 지원한다. 장애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추가로 시간이 더 필요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시험을 보기 원하는 경우, ODS 시험 서비스(testing service)에 신청하면 된다. 수업시간에 수업 내용을 필기하지 못했거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싶으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의 필기를 공유 받을 수 있다. 또한, 장애로 인해 수업에 결석하게 된 경우는 결석 처리를 하지 않는다.

 장애 학생은 ODS를 통해 소통 능력도 키워나간다. 트레이닝 워크숍이 대표적이다. 트레이닝 워크숍은 장애 학생을 위해 보충 학습을 지원하고, 자신의 장애를 교직원에게 설명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는 시간이다. 장애 학생들은 개인 상담사와 서면 혹은 대면으로 언제든 대화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
ODS 책임자 폴라 포센티-페레즈(Paula Possenti-Perez)씨는 “설문, 튜터링 시간 등을 통해 장애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속해서 파악해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학생들이 학업 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도 모두 다 함께 참여해
 ODS에는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오리엔테이션과 같은 큰 행사에서 안내, 상담 등을 맡아 진행한다. 현재 멘토로 활동하는 학생은 13명이다. 리코씨는 “1학년 신입생 당시 ODS의 도움을 많이 받아 편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 또한 신입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멘토로 활동하게 됐다”며 “사회의 많은 사람을 위한 상담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 부모도 ODS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8월26일에는 ODS에서 주최하는 프리오리엔테이션(Pre-orientation)이 열렸다. 프리오리엔테이션은 장애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 자리다. 약 70명의 학생, 교직원, 학부모가 이곳에 모였다. 자폐, 우울증, 불안증을 가진 1학년 신입생 엘리 옹(Elly Wong)씨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옹씨는 “시라큐스대의 장애학 프로그램, 장애를 문화로 보는 시각 등이 마음에 들어 시라큐스대를 선택했다”며 “특수 교육 수업 중 하나인 포용적인 학교 교육 입문(Introduction to Inclusive Schooling) 수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옹씨의 어머니는 “엘리가 시라큐스대에서 잘 배울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무엇보다도 이곳에서 친구도 많이 사귀고 행복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HPLDS 책임자 시각 장애인 쿠시스토 교수 인터뷰

스테픈 쿠시스토(Stephen Kuusisto) 교수는 시라큐스대 ‘인간 정책, 법, 장애학센터’(CHPLDS-Center on Human Policy, Law, and Disability Studies) 책임자다. 쿠시스토 교수는 시각 장애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장애 관련 학문이 잘 발달해 있고 장애를 문화로 인식하는 시라큐스대가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8월26일 그를 만나 CHPLDS, ADA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CHPLDS는 어떤 곳인가
이 센터는 다양한 학과생이 모여 honors program(우수 학생 대상 심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장애, 정책, 법 등 여러 학문이 통합적으로 연구된다. 25년 전 제정된 ADA로 미국의 장애 인권에 큰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정책, 법 등은 장애 인권을 신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와 관련된 연구에 관심 두게 된 계기는
나는 원래 유명한 미국 시인이자 작가다. ADA 제정 이후,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더는 숨을 필요가 없게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를 보며 장애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후 장애 인권을 신장시키는 많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어떤 활동을 했나
전문 안내견과 함께 식당에 간 적이 있는데 한 직원이 안내견의 출입을 제지했다. 전문 안내견을 식당, 호텔과 같은 공공장소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 이후 그 식당의 직원들이 장애 인권에 대한 기본적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게 하기도 했다.

-ADA 제정으로 미국 장애 인권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휠체어를 탄 사람도 택시를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영화관은 시각 장애인이 영화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특별 헤드셋, 이어폰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실질적 인식 개선 측면에서는 미비한 부분이 남아있고 이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기자수첩

  9월14일부터 ‘떴다 무지개 in NY, 성소수자 권리의 도시’와 ‘편견 넘어 문화로, 시라큐스의 장애 철학’이라는 제목으로 성소수자, 장애 인권에 대한 해외취재 기사를 각 2회에 걸쳐 총 4회 연재했다. 기자가 보고들은 미국 뉴욕은 다양성의 도시 그 자체였다.

 “당신도 이 화장실을 쓸 수 있어요!”(You can use it!)

 기자가 The Center ‘성 중립 화장실’에 갔을 때 옆 칸에서 생물학적 성별이 남성인 사람이 나오며 건넨 말이다. 혹시 내가 이 화장실이 ‘성 중립 화장실’인줄 모르고 들어왔다가 생물학적 성별이 남성인 자신의 겉모습을 보고 당황할까 해준 말인가 보다. 이곳에 취재 온 이유 중 하나가 ‘성 중립 화장실’이었는데, 막상 진짜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이를 이용하게 되니 기분이 색달랐다.

 ‘키가 크다’, ‘감각처리장애가 있다’, ‘목소리 톤이 높다’, ‘날씬하다’, ‘머리카락이 길다’, ‘성격이 쾌활하다’, ‘피부가 하얗다’…
시라큐스대는 장애를 정체성 중 하나로 바라본다. 또한 장애 이슈에 문화적으로 접근해 장애를 치료해야 하는 것, 고쳐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시각을 바로잡는 데 앞장서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멀뚱멀뚱 ‘성 중립 화장실’에 막 들어선 사람에게 누군가가 “당신도 이 화장실을 쓸 수 있어요!”라고 말해줄 날, 당신이 누구든, 누구와 관계 맺든 전부 ‘괜찮은’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장애를 어떤 사람의 수많은 특성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