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찾은 시골에서 오랜만에 휴식을 가졌다. 햇살을 맞으면서, 쉴 새 없이 달려온 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줄 요량으로 평상 위로 몸을 뉘었는데, 갑자기 일 년 반전쯤 똑같이 평상에 누워 미래를 그리던 내가 기억났다. 되돌아보니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너무도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참으로 갑작스럽게, 불과 1, 2년 전과 너무 달라진 지금의 나를 발견하곤,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 때의 나는 대학 합격 후 꿈에 부풀어 있었다. 홀로 상경해 혼자 잠자리를 꾸리면서 많은 것들을 꿈꾸었다. 지금 대부분의 꿈들을 현실로 이뤄냈지만, 사실은 기대했던 것만큼 행복하진 않다. 좋아서 시작했던 일들, 내 삶의 활력소이자 쉼터였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책임감’이라는 이름으로 날 속박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학점을 잘 받고, 원하는 동아리에 들고, 바랐던 취미생활까지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음에도, 항상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기분과 또 한편으로는 어딘가 공허하고 허전하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바라던 삶을 살고있는 게 맞을까?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원하던 일 자체는 맞는데 그걸 통해 이루길 원한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는 희미해서이다. 1학년 첫 학기 때 내 마음가짐은 어땠을까. 내가 무얼 바라 이 많은 것들을 꾸역꾸역 해내고 있는 건지. 잊고 살았던 내 초심을 뒤돌아보았다.

 그 때의 나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잘 알았다. 자신감과 사교력이 부족했고 자존감이 낮았다. 겪어 본 세상은 너무 협소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계속해서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며 내 세상을 넓히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다. 계속해서 자신감과 자존심을 지키고 높히는 것이 내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었다. 초심을 다시금 곱씹고 나니 마음가짐이 새롭게 달라지는 것 같았다. 항상 따라다니던 공허감이 조금은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혹시 정신 없이 살고 있거나 힘 없이 지내고 있다면 한 번쯤 쉬면서 출발점을 돌아보는 게 어떤가. 당신이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첫 발을 내딛을 때와는 어떻게 다른지, 혹여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향하는 것 같다면, 초심을 되새기고 용기를 내보라. 잊고, 잃었던 다짐과 열정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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