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다르기에 특별하다

  둥근 모서리, 손바닥보다 큰 화면, 일체형 배터리. 어떤 브랜드의 휴대전화를 묘사한 것이다. 당신은 이 휴대전화의 브랜드를 맞출 수 있는가?

  전자기기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차렸겠지만, 그렇다. 이건 아이폰과 갤럭시의 이야기다. 애플의 아이폰6와 삼성의 갤럭시S6를 얼핏 보면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들은 똑 닮았다. 조금씩 조금씩 서로의 모습을 닮아가던 이들은 결국 상향평준화된(?) ‘비슷한 모양새’로 만났다.

  아이폰과 구분되는 갤럭시의 가장 큰 특징은 ‘분리형 배터리’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나온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그리고 갤럭시 노트5는 모두 일체형이다. 보다 얇은 두께를 만들기 위해서다.
반대로, 아이폰은 점점 화면을 키워가는 휴대전화 틈에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사이즈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발매된 아이폰6플러스는 큰 사이즈에 속하는 갤럭시 노트 시리즈와 비교해도 작지 않다. 개성 대신 동영상, 사진 등을 보는 데 용이한 ‘큰 화면’을 택한 것이다.

  대다수 소비자의 성향과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로의 장점을 본받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지만, 이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취업을 앞둔 우리의 모습은 갤럭시와 아이폰의 모습과 비슷하다. 원래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를 잊어버리고 소위 ‘취업 9대 스펙’에 맞춰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쏟는다. 취업 9대 스펙은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 인턴, 수상경력, 대외활동을 말한다.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숨이 막히지만, 모든 취준생의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는 시점에서 “스펙보다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라”는 말은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이 때문에 집순이여도 취업을 위해 필요한 스펙을 갖추려고 대외활동에 나가고, 형편이 맞지 않는 사람도 어학연수에 다녀온다.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지만 영어 점수를 얻기 위해 토익 학원에 다닌다. 개성은 사치가 되는 시대다. 뚜렷한 개성과 나만의 장점으로 성공해 모험담을 늘어놓는 이들은 극히 소수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말을 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자신만의 개성과 강점을 찾으라는 그 ‘꽉 막힌 말’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과 갤럭시가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그들만이 가진 ‘특색’이었다.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작고 깔끔한 아이폰의 디자인을 좋아했고, 두꺼워서 조금 예쁘지 않더라도 실용적인 갤럭시의 배터리를 좋아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모두 똑같아진 스펙과 스토리로는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만족도 얻을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펙의 상향화만이 ‘능력’의 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경험과 뚜렷한 개성, 그리고 일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 단순히 ‘스펙만’ 높은 사람보다 훨씬 높은 능률을 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다르기에 특별하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받고 그 다름이 ‘스펙’이 되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개성과 특색을 ‘남들과 같아지기 위해’, 혹은 ‘남들보다 잘나기 위해’ 포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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