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2시30분 음악관 1층 김영의홀에서 UN 반기문 사무총장에 대한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 열렸다. 반사무총장이 학위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김혜선 기자 memober@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도외시하면 세계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여성은 하늘의 절반을 지탱하는 존재들입니다.”

  유엔(UN·United Nations) 반기문 사무총장이 본교 여성학 명예박사가 됐다. 본교는 반 사무총장에 대한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을 20일 오후2시30분 음악관 1층 김영의홀에서 개최했다. 최주리 교수(영어영문학과)의 사회로 진행된 수여식에는 최경희 총장, 한명숙 전(前) 국무총리,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스위스·이집트·칠레 등 주한 외교사절을 포함해 교내·외 인사 약 600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이화 국악 실내악단의 주악, 정덕애 대학원장의 추천사, 최 총장의 명예박사학위 수여, 반 사무총장의 학위수락 연설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본교는 반 사무총장이 제8대 UN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양성평등과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공헌한 점을 인정해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로 했다. 본교가 남성에게 여성학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학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반 사무총장은 양성평등과 여성 능력 고양을 위한 UN 합의체 ‘UN Women’을 창설해 임기 동안 UN의 여성 고위직 임원 수가 UN 역사상 가장 많은 성과를 이뤘다”며 “진정한 양성평등을 향한 반 사무총장의 노력은 129년 전 한 고아 여자아이에서 비롯해 현재 20만 명 이상의 졸업생을 거느리며 우뚝 선 이화의 정신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 총장이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 여성 권한 증진을 통한 인권 향상에 기여했으므로 대학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명예 여성학 박사학위를 수여한다’고 적힌 학위기(旗)를 반 사무총장에게 수여했다. 학위기를 받은 반 사무총장은 “많은 권한, 위엄, 권리를 누려 마땅한 세계 수십억 여성들을 대표하여 본 학위를 겸허히 수락하고자 한다”며 학위 수락 연설을 시작했다.

  반 사무총장은 “UN 사무총장에 취임했을 당시 UN의 고위직을 지낸 여성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현재 UN 평화사절의 1/3이 여성이며 이들 중 다수는 남수단, 아이티, 레바논 등 환경이 극심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많은 여성이 성공한 덕분에 UN은 임무를 수행할 최적임자가 많은 경우 여성이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화여대는 지역사회의 모든 여성이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정신 아래에 1886년에 창립된 이래로 사회에서 우뚝 서 한국과 세계에 여성의 힘을 보여줬다”면서도 “한국 여성들이 남성과 동일하게 정부와 기업에서 요직을 맡도록 제2의 물결이 일어야 할 때”라며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사고방식의 변혁을 촉구했다.

  본교는 1952년부터 작년까지 107명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으며 반 사무총장은 108번째 수여 대상자다. 그동안 여성학으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미국 브라운대(Brown University) 루스 시몬스(Ruth J. Simmons) 총장(2002년), 범아프리카 의회 거르투드 몽겔라(Gertude Ibengwe Mongella) 의장(2005년) 등 2명으로 모두 여성이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반 사무총장의 연설을 통해 여성의 힘과 여성학의 중요성을 느꼈다는 반응이다. 김지영(사회?13)씨는 “반 사무총장을 실제로 만나고 연설을 들을 수 있어서 뜻깊었다”며 “반 사무총장의 연설을 통해 아직 우리 사회에서 여성 인권을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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