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됐던 대화를 이어주는 '식(食)'에 대한 관심"

  20일~22일 129주년 대동제 기간 동안 본교 캠퍼스는 여느 때처럼 많은 음식으로 가득했다. 예전부터 인기를 끌었던 공과대학 학생회의 백순대, 중앙동아리 실로암만돌린의 떡꼬치 뿐만 아니라 냉모밀, 딸기소보루 등 독특한 음식도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올해 대동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음식과 요리가 부스에서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동제 프로그램으로써 요리 경연인 ‘테이스티이화’와 이벤트 ‘먹방의 신, 이화정우를 찾아라’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생기기 전에도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SNS에 대동제에서 먹은 음식들을 사진 찍어 올렸고, 동아리나 학생회 등 부스를 여는 사람들도 대동제 기간 동안 팔 음식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이번 요리 경연과 이벤트가 진행된 것은 한 명 한 명 각자가 생각과 행동이 이화 전체의 소통거리이자 이화라는 사회 전체의 현상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음식이나 요리가 사람들의 인기를 많이 끌고 있는 것은 본교 대동제만의 현상은 아니다.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식샤를 합시다’ 등 다양한 TV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다루고 이에 사람들은 더욱 관심을 갖는다. 이러한 현상은 더 많이 퍼져나가며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고, 음식이나 요리를 주로 다루지 않는 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을 먹는 모습 혹은 요리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분명히 요리나 맛집 TV프로그램이나 블로그는 전부터 많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며 그 음식을 먹고 싶어 했고, 먹기 위해 요리하거나 맛집으로 불리는 식당들을 찾아 다녔다. SNS의 접근성이 높지 않았던 시기라고 하더라도, 당시에는 음식이 대화의 주제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음식사진을 찍고, 서로 공유하고, 친구들끼리 음식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곤 한다. 이는 음식이 일방적인 정보전달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고,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화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데에 있어서도 음식은 어느 순간부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면 분명 다른 할 일이나 할 얘기가 있음에도 “우리 뭐 먹으러 갈까?” 가 먼저 나오는 얘기가 됐다. 우선 식당에 가서 음식을 같이 먹고, 같이 먹으면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 때문에 때로는 실은 하고 싶은 얘기가 따로 있어서 만나고 싶은 것임에도 같이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으러 가자는 말을 먼저 하기도 한다.

  최근 SNS로 인해 소통이 단절됐다고 말한다. 지인과의 안부도 SNS로 다 확인하고, 만나지 않고 메시지를 통해 이야기할 뿐이다. 친구들끼리도 서로 왜 연락 안 하냐는 말로 다툼이 일어나는 것도 다반사이다. 이러한 대화의 부재를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충족해야하는 ‘식(食)’, 즉 음식을 먹는 것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인간적인 욕구일 수도 있지만, 이를 통해서 그 동안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타인에게 신경을 조금이라도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자는 말로 대화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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