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키워드, 나를 만든 8할"

#용기
초등학교 3학년, 필자는 또래보다 키도 작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발표 시간에는 길고 긴 고민 끝에 손을 들었고, 즐거워야 할 피구 시간에는 가장 먼저 공을 맞고 선 밖으로 나가 ‘수비’만 하는 아이였다. 이런 필자에게 담임선생님은 사람은 용기로 크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웅변대회에 나갈 것을 제안하셨다. 이후 몇 달간 교실, 운동장, 체육관 등 장소를 불문한 하루 4시간의 특훈이 이어졌다. 대회 당일, 수줍은 많던 아이는 200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도덕성
중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규범에 매우 엄격한 분이셨다. 매일 도덕 일기를 써야 했고, 교칙을 어길 경우 ‘사랑의 매’도 아끼지 않으셨다. 나름 ‘중2병’에 걸린 것 같다며 머리 조금 길러보겠다고, 색깔 있는 신발 좀 신어보겠다고 까불던 필자에게 담임선생님은 도덕성이 그 사람 전체를 보여준다고 말씀하시며 엄격한 교칙 준수를 강조하셨다.   


#정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 대한 정이 남달랐던 담임선생님은 첫 만남부터 반 아이들 모두의 출석번호와 이름을 외워오셨다. 우리들 생일이 다가오면 ‘가장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주시겠다며 교내·외 예쁘다고 소문난 장소들을 학생들과 함께 뛰어다니셨다. 사진에 담긴 18살의 우리 모습은 선생님의 손 편지와 함께 전달됐다.

  스승. 사전적 의미로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사람을 뜻한다. 초, 중, 고, 대학 시절까지 필자에겐 수많은 스승이 있었다. 그렇기에 스승의 날이 되면 떠오르는 스승의 상(像), 키워드는 다양하다. 용기, 도덕성, 정 등이 그것이다.

  용기를 통해 새로운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고, 도덕성은 필자가 1순위로 지켜야 할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지금도 필자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수확이 정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스승에게서 배운 모든 키워드를 내재한 사람이 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만해지는 필자를 부단히 이끄는 것은 스승으로부터의 가르침이었다. 용기, 도덕, 정 등이 필자에게 하나의 규범적 공식이 된 것이다.

  지난 4일, 본교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스승의 날 케이크는 날개를 달고’ 이벤트를 열었다.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스승에게 감사함을 전하면 그 중 Best 사연을 골라 케이크를 전달하는 이벤트였다. 이에 이화인들은 댓글을 통해 스승을 ‘비판적 사고를 갖게 해주신 분’, ‘공감으로 위로해 주시는 분’이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필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스승이 전한 특별한 ‘키워드’가 있는 것이다. 

  이 곳, 이화에서 필자에게 강력한 키워드를 남긴 스승은 ‘네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라’고 말씀하셨다. 담임선생님도, 하루 종일 붙어 있을 수 있는 교실도 없는 대학이지만, 이곳에서도 스승은 끊임없이 키워드를 남긴다. 스승과 제자, 스승이 남긴 키워드와 제자의 삶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이제껏 나의 키워드를 만들어준 스승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에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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