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여전히 다양성을 짓밟은 채 무지를 외친다"

  지난 해 12월, 서울 성북구에 청소년 성 소수자 쉼터인 띵동이 문을 열었다. 사실 띵동 설립은 역사에 남을만한 사건이다. 청소년 성 소수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 쉼터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엔 <한겨레 21>도 띵동 설립 소식을 전하며 청소년 성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줬다. 한 친구는 부모님에게 동성애자인 걸 들켜 집에서 쫓겨났다. 또 다른 친구는 가족에게 성 정체성이 알려져 병원에 끌려갔다 퇴원 직후 집을 나왔다.

  그러나 기사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함을 넘어 공격적이었다. ‘동성애로 인해 매년 1천명 이상의 에이즈 환자가 발생한다. 동성애자들의 감성팔이에 놀아나지 말고 정신차리자(댓글 추천수 142개)’ 사람들의 공격적인 반응은 비단 띵동 설립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 보수 단체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 지식을 알려줄 수 없다며 6월에 열릴 퀴어 축제를 반대하고 있었다. 또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 금지 조항을 담은 서울시민인권헌장은 시민들간의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단 이유로 폐지되었다. 

  사람들은 경험, 지식, 기존의 태도 등 다양한 개인적 변인들과 외부 단서에 의해 특정 사안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태도를 형성한다. 대상에 대한 부정적 태도가 혐오감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혐오감을 갖는 것과 혐오감을 드러내며 대상을 깎아내리는 것은 다르다. 특히 이화에 다니는 우리들은 후자의 폭력성을 잘 알고 있다. 이화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이화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표현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래서 이화인들은 이화가 나오는 기사의 댓글을 보지 않는다. 반박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침묵하게 됐다.

  성 소수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학기 과제때문에 만난 성 소수자들의 1/3 정도가 나는 정말 비정상일까, 아웃팅을 당하면 어쩌나 싶어 청소년기에 자해 혹은 자살을 시도했다. 성 정체성이 ‘추측’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도 있다. 물론 아닌 이들도 있다. 스스로 높은 프라이드를 가져 손가락질하는 이성애자들을 되려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상처에 무뎌지는 인간은 없다.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람이라도 비난이 계속되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웬만한 일엔 침묵한다. 더 나쁜 경우 호모포비아가 된다.

  일부 이성애자들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하는 섹스는 에이즈의 위험이 없는가. 퀴어 축제 하나로 아이들이 동성애자로 바뀔거라면 평생 이성애자 중심의 교육을 받은 성 소수자들은 왜 이성애자가 아닌가. 바이인 여성 혹은 남성은 이성을 만날 땐 정상이고 동성을 만날 땐 비정상인가. 필자가 만난 성 소수자들이 그들을 비난하는 다수에게 던진 질문 중 몇 가지다. 그들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이라도 구분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지는 편견을 만들고 편견은 비난을 만든다고도 했다.

  지난 3월 29일 교육부는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성교육 표준안 연수자료’를 일선 학교에 전달했다. 넘쳐나는 성 지식 속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인 지식을 얻고 바른 가치관을 세우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한 표준안이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지도는 허락되지 않는다”,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리키는) 용어 사용을 금지”, “(기존 교육안에서) 성 소수자 내용을 삭제”하라는 등 성 소수자를 배제하는 내용이 있었다. 다양성을 존중하라 가르치지만 그 다양성에 성 소수자는 없다. 사회는 여전히 다양성을 짓밟은 채 무지를 외친다. 조금밖에 모르는 사람은 말이 많다. 루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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