럿거스, 뉴저지 주립대(Rutgers. The State University of New Jersey)

  “불문학을 공부하면서 왜 미국으로 교환학생 왔어?” 학기 초에 자기소개를 할 때 학우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글쎄. 프랑스에서 살다 와서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었기도 했고, 가장 큰 이유는 많이 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원어민들이 가득한 교실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며 끙끙대기 보다는 프랑스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나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여유롭게 듣고, 나만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었다.

  그렇게 한 학기 열심히 놀다 오겠다는 꿈을 안고 교환학생을 떠났고, 지금 나의 대학생활의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모든 것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아본 경험이 없는 나는 이곳에서 잘 생활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다. 텅 빈 기숙사를 보며 어떻게 하면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막막했고, 밥을 잘 해먹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한 집에서 지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두려웠다.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다. 프랑스 대학에서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쉽지만, 이곳의 모든 프랑스어 수업들은 원어로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보다 몇 배가 되는 양의 과제를 해야 했다. 매주 프랑스어로 작문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허했던 아파트는 나의 따뜻한 집이 되었고, 룸메이트들은 또 하나의 가족이 되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밥다운 밥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특별한 요리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수업에도 적응하게 되면서 친구들을 사귀었으며,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과제들을 차근차근 처리하는 법도 알았다.

  여유가 생기면서 취미 생활에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한국에서 보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문화 공간이 많을 뿐만 아니라 학생 할인과 학교가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많기 때문에 미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전시회와 오페라를 원 없이 보러 다닌다. 여행도 많이 다닌다. 지난달에는 봄 방학을 이용해 미국 동부를 크게 돌았고,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뉴욕은 주말마다 가서 곳곳을 누비고 다닌다.

  이처럼 나는 미국에서 내 바람대로 매일을 신나게 보내고 있다. 친구들과 공연을 보러 다니고, 파티도 가고, 서로의 아파트에 놀러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너무나도 행복한 일상이라 꿈만 같고, 현실과 단절 된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기분이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와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나의 대학생활의 최고의 순간이라 믿으며, 다른 학생들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