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배우는 인문학, 취업의 수단으로만 이용되지 않길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고 싶은데,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하는 것은 어때?”

  최근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인 한 수험생 동생이 어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에게 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전공과목을 독일에서 석, 박사로 이수하는 것이 미래에 훨씬 유리할 것이라며,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독일어를 미리 익혀두겠다는 생각이었다. 즉,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독어독문학 전공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것이다.

  필자는 동생에게 단순히 독일어를 구사하려는 이유만으로 주전공으로 공부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어문학을 배우려면 그 나라의 언어가 기반으로 갖춰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를 넘어 언어학이나 문학을 더 많이 공부하는 학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생의 질문을 듣고 난 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지난 2월 전국 대학생 대표자 10여명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취업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취업에서 필요한 소양으로서의 인문학, 자기계발을 위한 인문학을 생각해야 한다”고 해 인문학의 위기라며 논란이 일었었다.

  다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인문학은 단순히 자기계발, 기본 소양으로 갖추기 위해서만 필요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 인문학의 위기를 악화시키는 한 개인의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취업을 위한, 몇몇 개인만의 의견이 아니었다. 후에 취업을 하기 위해 언어 구사력을 높이려고 어문학을 전공하는 것도 ‘취업에서 필요한 소양으로서의 인문학’이었던 것이다.

  물론 필자도 고등학교 때 불어를 공부했다는 것과, 국제기구의 국제회의 공식언어 중 하나인 불어를 계속 공부하면 사용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불어불문학과에 지원, 입학했다. 그리고 불어불문학 전공 학생으로서 원문을 읽기 위해 불어공부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불어를 배우는 것과 불어불문학을 배우는 것은 매우 다름을 느끼고 있다. 불어불문학에 대해 모든 것을 깨닫고 공부한 학생은 아직은 아니지만 단순히 책을 읽고, 외국인과 말하기 위해서 하는 불어를 배우는 것과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고를 해서 이런 말을 하게 되고 글을 쓰게 되는 지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그 깊이가 다른 것 같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구조 조정을 보면 인문학이 많이 감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에 반해 인문학 관련된 책은 우후죽순으로 발간되고, 다양한 인문학 강의도 넘쳐나고 있다. 모순되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 대학에서의 인문학 전공과정은 사라지고 있고, 단기간에 인문학에 대해 알아보는 기회들만 많아진 것이다.

  인문학은 사람에 대해 배워나가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공계열 학문이나 경영, 경제학 등에 비하면 당장의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를 활용하고 사람 사이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나가는 인문학이 알아야할 기본 내용이자 가장 중요한 학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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