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인이여 자신의 호기심과 흥미로 나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떨어지는 손수건도 창조자에게는 이 세상을 들어 올리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미라보 다리>라는 시로 유명한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창의성을 발휘하여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일에 무수히 직면한다. 창의성의 문을 열기 위해 온갖 애를 써보지만 쉽지는 않다. 창의성 자체가 기존의 정형화된 매뉴얼이나 방법론이 통용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궁금해진다. 순식간에 손수건을 지렛대로 바꾸게 만드는 창조자들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상상력과 창의성 분야를 연구해오면서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느냐고 물으면 분야를 막론하고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동일했다. 평소의 메모나 스케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약간 맥이 풀렸다. 누구나 메모지를 가지고 다니면 획기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인가?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쉬운 것이 답일 리 없다. 섣불리 결론을 내지 말자. 메모가 창의성의 비법이 되는 것은 ‘메모를 한다’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메모를 어떻게 했는가’라는 방법 때문이다.

  축적된 아이디어가 있어야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은 자명하다. 상상력의 대가이자 융합형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경우를 보자. 예술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였던 다빈치는 37세부터 30여 년 동안 7천 페이지에 달하는 노트를 남겼는데, 창작과 관련된 큰 그림에서부터 아주 세밀한 스킬에 이르기까지 아주 세세히 메모해두었다. 예를 들어 ‘발과 얼굴의 상대적 비례’라는 메모에는 “발이 다리에 접합되어 있는 부분에서부터 엄지발가락 끝까지는 턱의 위쪽 부분과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하는 부분 사이의 공간만큼 길다. 그리고 이는 얼굴의 6분의 5와 동일하다”고 적혀 있다. 한 몸 안에서 각기 다른 기관들 간의 크기와 비례를 어떠한 추상적인 묘사 없이 스케치와 함께 객관적이고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메모와 스케치는 우리에게 유용한 상상력이란 머릿속에서 자기 멋대로 펼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측량하고 연구하고 통찰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 백과사전』의 서문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나는 열네 살에 백과사전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잡동사니 창고 같은 것이었고, 나는 그 안에 내 맘에 드는 것을 모조리 던져 넣었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는 베르베르 소설의 탄생 비밀은 바로 이 같은 채집에 있다. 자신이 진정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것에서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 나만의 호기심으로 항상 관찰하고, 생각하고, 수집하고 분류하다 보면 예상치 못하는 일이 생겨나고 무엇인가가 나에게로 다가오는 순간이 발생한다.

  다빈치나 베르베르만이 아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난 균열을 트레이싱 페이퍼를 대고 베끼는 작업을 하는 미술가, 자신의 문체를 얻기 위해 여러 작가들의 문체를 필사한 노트를 수십 권 갖고 있는 시인,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거리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사진가... 이들은 모두 개인적인 채집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에게 고유한 창작의 방법론을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움을 꿈꾸는 이화인들이여, 이런 창의성의 대가들의 노하우에 힌트를 얻어 오늘부터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 누가 시켜서 하는 과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호기심과 흥미로 꾸준히 진행해가는 프로젝트 말이다.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수학적, 과학적, 건축학적, 문학적, 역사적 방법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다양하게 탐구하고, 그 결과 얻은 깨달음을 스케치로, 글로 기록해보자. 예컨대 나무에 관심을 가졌다면 여러 나무들을 스케치하고, 만져보고, 관찰하는 과정에서 느낀 것과 알게 된 것을 쓰고, 나무에 대한 책을 찾아보고, 삼림 전문가와 만나보고, 기록하는 노트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빈치의 노트북처럼 열정을 가진 분야의 ‘자기만의 매뉴얼’을 상세하게 기록하다보면 책으로 출판할 기회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개인의 열정과 개성이 담긴 노트에 창의성의 문을 여는 열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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