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성희롱 당해도 웃는 우리는 '감정을 가진 노동자' 입니다"
"맞고, 성희롱 당해도 웃는 우리는 '감정을 가진 노동자' 입니다"
  • 박지은 기자
  • 승인 2015.0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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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7시 젠더법 연구포럼 '항공사 승무원의 이야기-감정노동' 개최
▲ 19일 오후7시~9시 본교 법정대학관 105호에서 '2015년 제1차 젠더법 연구포럼'이 열렸다. 아시아나항공 권수정 전 노동조합 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여성 감정노동의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지현 기자 wlguswlgus32@ewhain.net


  “승무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안전과 보안 업무이지만, 정작 3개월의 교육기간 동안 가장 강조되는 것은 스마일과 인사 연습이죠”

  본교 젠더법학연구소가 주최한 ‘2015년 제1차 젠더법 연구포럼’이 19일 오후7시~9시 본교 법정대학관 105호에서 열렸다. 그동안 법적 테두리와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여성의 삶을 조망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개최된 이번 포럼은 ‘항공사 승무원의 이야기-감정노동’을 주제로 진행됐다. 포럼은 아시아나항공 권수정 전 노동조합 지부장의 발표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의 지정토론, 참가자 토론으로 이뤄졌으며, 여성 서비스 노동자군의 감정노동 실태와 그대안에 대해 이야기가 오갔다.

  권 전 지부장은 최근 갑질 논란이 일었던 땅콩회항 사건, 백화점 모녀 사건이 우리 사회 감정노동자의 실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의 감정 소비가 일어나는 사회적 매커니즘을 분석해 원인과 대안을 감정 노동이라는 현장에서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권 전 지부장은 자신이 겪은 사례를 언급하며 항공노동자의 실태를 밝혔다. “이·착륙을 위해 승객과 마주보고 앉아 있는 자리에서 맞은편 일본 손님이 손짓으로 치마 입은 승무원의 다리를 벌려보라고 하는 등 성행위를 묘사하는 행위를 한 사건이 있어요. 또, 승무원에게 너무 못생겨서 서비스 받기 싫다며 승무원을 교체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죠.”

  문제는 승무원이 자기방어권과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 화장실에서 자살해 시신을 조치했던 승무원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각했지만 다음날 비행을 나갔던 일 등 항공사는 승무원을 보호하고 있지 않아요. 탑승권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남성승객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쓰러졌어도 다시 웃으며 일했던 사건도 있었죠. 항공사는 승무원들이 사건사고 이후에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고 인정하지 않고 웃고 밝게 서비스 하라고 강요해요.”

  또한 권 전 지부장은 항공사의 운영과정과 평가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룹의 점수와 개인 인사평가 점수는 서로 연동되어 있어 병가 사용도 어렵다. “항공사 승무원들은 10명씩 300개 그룹으로 관리되고 있어요, 여기서 그룹장은 그룹원에 대한 평가권한을 가지고, 그룹원끼리는 함께 비행을 가는 확률이 높아지죠. 그룹 전체의 점수가 깎일 수도 있기 때문에 진상 손님에게 벌벌 떨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갖고 있죠. 실제로 승무원의 업적 평가와 개인 평가에 다른 점수보다 불만 점수가 많은 비율을 차지해요.”

  그는 국가와 해외기관 평가제도도 감정노동을 강제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객만족도 조사(NCSI) 항공사 평가지표에 승무원의 친절도가 큰 비중을 차지해요.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믿음이 있느냐가 아니라, 서비스를 얼마나 잘하는지를 평가하는 거죠. 국가 조차도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어요. 국제항공평가기구 평가지표에서도 승무원의 서비스가 많은 영향을 미쳐요.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구조를 갖고 있죠.”

  그는 마지막으로 진상 고객을 응대하는 상황에서 상급자가 개입하며 직원의 스트레스 지수가 크게 떨어졌던 실험 결과를 설명하며 회사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회사의 보호를 통해 감정노동의 폐해를 줄일 수 있어요. 또한, 감정노동자 평가시스템 전면 개선, 감정노동자의 법률적 제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요.”

  한편, 지정토론에 나선 김종진 연구위원은 권 전 지부장의 발표를 토대로 감정노동 해결의 제도적,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포럼에 참여한 박예슬(로스쿨 1학기)씨는 “강연을 통해 구체적인 사례를 접하다 보니 감정노동이 극심해, 기내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제재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승무원의 감정노동 문제를 항공사에 국한시키지 않고 국가 차원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적 정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