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확산을 나타낸 작품 ‘스펙트럼’, 최유리
▲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날아오르려는 의지를 보이는 새를 표현한 작품 ‘fly’, 서재연
▲ 성욕을 당당히 드러낸 작품 ‘올랭피아’, 이보름
▲ 어두운 색상을 통해 비현실적인 놀이공원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 ‘future playground’, 송수민
▲ 대자연을 모티브로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을 두 개의 캔버스에 이어 그린 작품 ‘vertigo no.1’, 권희선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졸업을 앞둔 조형예술대학(조예대) 학생 약 200명의 예술혼이 담긴 작품들이 11월25일~11월30일 조형예술관을 가득 채웠다.

  조형예술학부, 섬유패션학부 섬유예술과, 디자인학부 공간디자인과가 참여한 2014 조예대 졸업작품전(졸업전)이 조형예술관A, B동과 조형예술관 내 이화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패션디자인과 패션쇼가 11월14일, 시각디자인과 전시가 10월21일~10월27일, 영상디자인과 전시가 11월18일~11월23일에 열려 졸업 전시의 개막을 알렸다. 디자인학부 산업디자인과 전시는 2일(화)~6일(토) ECC극장에서 열린다.

  조형예술관A동에는 동양화과, 서양화과, 조소과, 섬유예술과 학생들이 층별로 작품을 전시했다.

  조형예술관A동 입구와 1층 로비부터 젊은 학생화가의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서재연(조소·11)씨의 ‘fly’(사진?)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새의 날아오르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하늘 위로 쭉 뻗은 양 날개에서 생동감이 느껴진다. 서씨는 “직접 쓰레기통에서 찾은 뼈 조각을 이어 붙인 뒤 하얀 깃털을 날개에 붙였다”며 “이를 애틋하게 여긴 조물주가 뼈 조각을 직접 붙여 새로운 생명을 주고 하얀 깃털을 날개에 붙여 훨훨 날아오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숨기고 싶어 하는 성욕을 작품으로 당당히 드러낸 것도 있었다. 이보름(조소·11)씨가 1층 복도 중앙에 전시한 ‘올랭피아’(사진?)는 상반신은 양의 가죽을 쓰고 하반신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앉아 있는 여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씨는 “인간이 여러 욕구 중에서 성욕을 가장 부끄러워하고 잘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을 순진한 이미지를 가진 양과 대비시켜 나타냈다”고 말했다.

  2층은 동양화 물감, 먹 등을 이용해 종이에 채색한 동양화과의 작품들로 가득했다. 미술학도로서 자아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김민주(동양화·10)씨는 작품 ‘자화상3’(사진?)에서 자신의 자아가 갈등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냈다. 약 165cm×193cm 크기의 캔버스를 삐져나온 발과 황토색, 진청색 등이 어우러진 붉은 톤의 분위기에서 틀 안에 갇혀 아등바등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김씨는 “힘과 고뇌가 느껴지는 색을 택했다”며 “캔버스의 네모라는 틀 안에서 갈등하는 나의 자아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말했다.

  한 층 올라가면 유채·수채 물감으로 물들여진 서양화의 다양하고 선명한 색채가 눈에 띈다. 펜, 과슈(수채물감의 일종)로 그린 송수민(서양화?11)씨의 작품 ‘future playground’(사진?)는 보라색, 검은색 등 어두운 색상을 이용한 비현실적인 놀이공원의 모습을 표현했다. 과거에 비해 놀이공원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는 점에 착안해 사람들이 북적이고 다양한 행사들로 가득찬 공간이 아니라 놀이기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변형시킨 점이 특징이다.

  푸른 계열 색상이 돋보이는 ‘vertigo no.1’(사진?)은 권희선(서양화·10)씨가 대자연을 모티브로 건강이 안 좋았을 때 꿈에서 보았던 환상을 나타낸 유화다. 광활한 대자연의 모습을 두 개의 캔버스에 이어 그린 점이 특징이다. 권씨는 “몸이 다 나은 뒤 그 때 보았던 환상을 이미지로 분출시켜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를 되돌아보면서 그렸다”고 말했다.

  4층과 5층에는 섬유예술과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다양한 색의 실이 아플리케(바탕천 위에 다른 천이나 가죽 등을 여러 모양으로 오려 붙이고 그 둘레를 실로 꿰매는 수예) 등 기법과 어우러진 입체적인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최유리(섬유예술·11)씨의 ‘스펙트럼’은 플라스틱과 리본을 이용한 색색의 육각형 약 30개를 이어 붙여 빛의 확산을 나타낸 작품이다. 최씨는 “스펙트럼의 한 점을 나타낸 것으로 빛의 확장성, 진전성, 순수성의 의미를 담았다”며 “이화에서 4년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기대를 스펙트럼의 의미와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식물 뿌리처럼 늘어뜨린 실이 사람의 얼굴을 가려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송민희(섬유예술·10)씨의 ‘뿌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본질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람이 갖고 있는 생각, 성품 등 본연의 것들은 겉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송씨는 “식물의 뿌리가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사람의 본질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B동 3층에서는 도자예술과 학생들이 만든 무채색의 도예품들로 담백한 느낌이 전해졌다. 이혜라(도예·10)씨의 작품 ‘Diversity’(사진?)에는 사각형 모양의 도자기 5개에 사람의 표정이 새겨져 있다. 구멍을 내 두 눈을 나타냈고 선을 그어 코와 입을 표현해 표정의 다양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씨는 “점, 직선 등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여러 표정을 나타냈고, 이 표정들이 잘 돋보일 수 있게 눈, 코, 입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표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서영(도예·11)씨는 작품 ‘non-perchable stools’에서 의자(stool)의 옆 면을 그물로 표현해 기억들이 머릿속에 뒤엉켜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기억들은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으로, 회상할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머무는 것은 불가능하다. 강씨는 앉을 수 없는(non-perchable) 의자를 통해 사람이 기억 속 시간과 공간에 머무를 수 없고, 그저 보고 느끼는 것에서 멈춰야 하는 상황을 나타냈다.

  반죽한 흙을 손톱만한 크기로 떼어내 하나하나 붙인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박경하(도예·11)씨의 작품 ‘Decompose’는 반죽한 흙을 손톱 크기로 이어 붙여 만든 8개의 기둥이며 중간 중간 파란색, 주황색, 노란색을 입힌 흙으로 단조로움을 해소했다. 박씨는 “졸업 전에 흙의 물성을 제대로 살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흙의 물성을 느끼고 싶어 더 작은 형태로 압착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를 결집시켜 형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조형예술관A동 2층 이화아트센터에서는 학생들의 독특한 발상이 깃든 공간 디자인 작품들이 돋보였다. 서대문구 재활용센터를 재 디자인한 설현수(공디·10)씨의 작품 ‘Recrafting Studio’는 업사이클링(Upcycling, 기존에 버려지던 제품을 단순히 재활용하는 차원에서 더 나아가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으로 다시 생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공간 디자인이다. 버려지는 물건으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다시 판매하는 순환구조를 따라 1층부터 4층까지의 공간을 순환형 계단으로 구성했다.

  전시를 관람한 정윤조(국제·13)씨는 “건물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 된 것 같아 신선했다”며 “예술의 장르가 다양화 되었다는 것도 몸소 느낄 수 있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유영현(섬유예술·11)씨는 “지난 졸업전에 비해 사용한 재료와 표현 기법이 더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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