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 전공으로 인기…다양한 방면에서 유능한 인재를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따른 현상으로 해석돼

  대학가에 학문 간 벽이 무너지고 있다. 대학에 과학과 인문학처럼 성격이 서로 다른 학문 또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 성격이 비슷한 학문이 결합한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융합 학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융합 학문이란 학문 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창출하는 학문이다. 이는 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가 특정 학문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다양한 학문을 융합한 접근이 요구되는 사회 분위기에 따른 현상이다. 융합 학부의 종류와 범위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부부터 뇌?인지과학 등 신산업이 요구하는 학문을 가르치는 학부까지 다양하다.

△본교, 과학에 과학을 더하거나 과학에 인문학을 흡수시키다
  본교 기획처 기획팀은 학문 간 장벽을 없애는 대학가의 흐름에 맞춰 공과대학 화학신소재공학부, 스크랜튼대학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을 신설했다. 뇌·인지과학전공에서는 뇌 과학을 기반으로 인문학, 사회과학 등과 접목해 뇌의 작동 원리를 분석하고,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다. 뇌 과학이란, 뇌의 과학적 기능보다 뇌와 마음을 연결한 심리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과학이다. 화학신소재공학부에서는 화학, 생명과학, 공학을 융합해 플라스틱 등 생활에 유용한 소재를 개발하는 기술을 교육한다.

  본교의 융합 학부 육성은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기획처 기획팀 이정희 과장은 “융합이라는 최근의 교육 흐름에 맞춰 학내 연구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공을 신설했다”며 “신산업 수요에 맞는 새로운 전공을 지속해서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융합 학부에 대한 기대감은 2015학년도 수시모집 경쟁률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본지 1481호(9월22일자) 보도에 따르면 본교 2015학년도 수시모집 일반전형에서 화학신소재공학부는 34.60대 1, 융합학부 뇌·인지과학전공은 31.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 30.66대 1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본교의 융합전공 신설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경희 총장은 8월27일 본교 아령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산업 및 융합지식 중심 학부 개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존 학과와 관련된 산업분야를 발굴해 개발하고, 응용한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타대, 특화된 인재양성을 위한 융합 학부 등장
  타대 역시 이러한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서강대는 ‘한국형 스티브 잡스’를 탄생시킬 각오로 과학에 인문학을 더하고 여기에 예술까지 깃들여 지식융합학부 아트&테크놀로지(Art&Technology)전공을 2012년 신설했다. 아트&테크놀로지전공은 타 학교에는 없는 신생학문으로 IT기기, 모바일 프로그래밍 등은 인문학에서 발생한 상상력과 예술을 통한 감수성이 더해져야 소비자를 만족하게 할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등장했다. 문화, 예술, 콘텐츠로부터 경쟁력이 형성되는 현재 과학기술은 사람이 이용하기 쉽고 재미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편안한 노후를 책임질 융합 학문도 등장했다. 인구의 고령화와 생활 수준 향상에 따라 질병 치료와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생명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 BME)이다.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는 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학과(Global Biomedical Engineering, GBME)는 첨단의료기기, 뇌 과학 등 분야별 특화된 교육으로 BME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ME는 생명현상의 원리를 밝히고 질병의 진단 등에 응용할 수 있는 생체의학과 질병 치료를 위한 기계를 개발하는 과학기술이 융합된 학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업종인 금융, 무역 등에서 요구되는 전문교육, 실무교육 등을 위해 특성화된 학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는 기존 경영학과에 경제, 수학 등을 융합해 2009년 탄생했다. 재학생들은 경영학 과목을 이수하면서 재무, 경제, 수학 등 금융전문가로서 특화된 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은 일반학과에 비해 더 심화된 전공과목을 배울 수 있다며 융합 학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양대 김아람(파이낸스경영학·13)씨는 “금융전문가와 관련된 여러 학문을 함께 배우기 때문에 일반 경영학과에 비해 직업과 관련된 심화된 전공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회변화에 대한 대학의 대응”vs “학부 수준에서는 아직 일러”
  융합 학부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학 내 융합 학부의 증가 추세가 사회와 산업계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요구하는 신산업의 등장과 다양한 방면에서 유능한 인재를 원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제영 교수(교육학과)는 “지식기반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지식의 융합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며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부 수준에서 융합 학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학문에 깊이 있는 지식이 없는 학부생에게 여러 학문을 주입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입장도 있었다. 과학과 인문·사회학을 융합한 학부들도 생겨나는 추세에서 고등학교부터 문?이과로 나누는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학부생에게 양쪽 학문에 많은 관심과 지식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통섭 전문가로 알려진 본교 최재천 석좌교수(에코과학부)는 “학부에서는 다양한 전공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뒤 대학원에서 융합 학부를 만드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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