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9시30분~오후5시 오르가니스트 나지 하킴이 오르간 전공생과 공개레슨을 진행했다.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파이프 오르간의 거장이 이화를 찾았다. 본교 음악대학(음대) 건반악기전공 주최로 ‘2014 파이프 오르간 페스티벌’(오르간 페스티벌)이 2일(화)~3일(수)까지 음악관 김영의홀에서 열렸다. 이번 오르간 페스티벌에는 세계적인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나지 하킴(Naji Hakim)이 2일 연주자로 나서 연주를 선보이고 음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3일 공개 레슨을 진행했다. 레바논 출신 오르가니스트인 하킴은 스무 살의 젊은 나이로 19세기부터 부흥했던 프랑스 오르간 음악계에 들어섰다. 몽마르트 사크레 쾨르(Basilique du Sacré-Coeur) 성당, 트리니테 성당(l'église de la Trinité)의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하는 등 유럽 각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킴이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3번째지만, 국내 대학에서 연주회와 공개레슨을 진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오르간 페스티벌에서 생긴 수입은 본교 음대 오르간 전공 발전 기금 모금으로 사용된다.
 
  “오늘 많이 즐겨주세요, 감사합니다” 하킴의 어눌한 한국어 인사말을 시작으로 2일 오후 7시30분 오르간 페스티벌의 막이 올랐다. 하킴은 이번 연주회에서 ‘칼 춤(Ezpata Dantza)’과‘<오소서 성령이여>에 관한 3개의 변주(Trois Paraphrase sur Veni Creator)’등 6곡 모두 자신이 작곡한 곡으로 연주했다. ‘칼 춤’은 스페인 춤곡으로 경쾌한 느낌이 나는 선율 주제들이 번갈아 가며 연주돼 연주회장의 분위기를 돋우게 했다. 그의 작품은 여러 가지 민속 음악적인 요소와 종교적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에 연주한 곡들은 스페인 춤곡, 16‧17세기 프랑스 건반음악, 재즈, 그레고리안 성가 등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작곡한 곡들이다.

  흥겨운 프랑스 춤곡 리듬이 연주회장에 퍼졌다. 하킴이 가족을 위해 작곡한 ‘프랑스 모음곡(Suite Francaise)’은 자신의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한 프랑스에 애정을 담아 16‧17세기 프랑스 춤곡양식으로 구성했다. 2012년에 작곡된 현대곡 임에도 불구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곡이다. 하킴은 연주를 마치고 3번의 커튼콜을 받은 뒤, 앵콜곡으로 아리랑과 본교 교가의 멜로디를 즉흥 연주했다.
 
  연주회를 관람한 신유라(건반‧13)씨는 “나지 하킴 교수의 곡을 음반이나 동영상으로만 접할 수 있었는데 직접 연주하는 것을 들을 수 있어 즐거웠다”며 “특히 자신이 작곡한 곡을 연주한 점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3일 오전9시30분~오후5시에는 본교 오르간 전공생을 대상으로 하킴의 공개 레슨이 진행됐다. 레슨은 8명의 학생을 상대로 한 사람당 45분씩 진행했다. 레슨은 학생이 자신이 선택한 곡을 연주하면 하킴은 학생의 연주법을 고쳐주고 제안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어때요? 음 사이에 시간차를 두니 강조가 된 것 같나요?” 하킴은 관객에게 참여를 유도하며 레슨 내내 이들과 소통 했다. 하킴은 레슨을 진행하면서 “파이프 오르간은 소리 내는 원리가 피아노와는 다르기 때문에 강약 조절을 할 수 없다”며 “음과 음 사이에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강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속에 있는 망치가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타현 악기인 반면, 파이프 오르간은 파이프 울림통을 이용해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기명악기이기 때문이다.

  하킴은 공개 레슨에서 ‘Symphony No.2 in e minor, Op.20’을 연주한 홍성령(건반‧12)씨에게 “나라마다 음색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작곡가의 출신 나라에 맞게 연주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주곡 작곡가의 나라가 프랑스임을 설명하며 “작곡가의 의도와 특징을 살려 프랑스식으로 연주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본교 음대의 파이프 오르간이 독일식으로 음향이 구성돼 있어 프랑스 음악과는 맞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음향을 조정하기도 했다. 홍성령씨는 “연주하는 곡과 작곡가의 특징이나 특색들을 잘 설명해 주셨다”며 “레슨 내용뿐만 아니라 하킴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학생들을 아까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공개레슨을 참관한 차승현(건반‧14)씨는 “그동안 배웠던 연주법이 독일식이었는데 프랑스식으로 가르침을 받아 신선했다”며 “멜로디 연주를 노래하듯이 배운 것이 좋은 점이었다”고 말했다.
 
  박소현 교수(오르간 전공)는 “전공생에게 이번 연주가 수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악기의 섬세한 연주법과 다양한 음색을 경험한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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