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이주노동자들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다문화 가정이 형성되고 있다. 전체 결혼의 약 15%가 국제결혼이며, 전라도나 충청도의 농촌에서는 전체 결혼의 30~40% 정도다. 하지만 단군의 자손이라는 이름으로 단일민족국가를 지향하던 우리 민족의 특성상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많은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다. 다문화 가정의 문제점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교육적인 불평등은 그 심각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수많은 다양성을 띄게 된 가족들은 그 사회에 적응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가족이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한 상황에서 다문화가정의 아동들은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은 첫 사회적 장소인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또래들에게 놀림을 받아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아동들은 주 양육자인 어머니의 원활하지 못한 한국어 능력 때문에 자신이 겪고 있는 사회 심리적인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좌절감으로 심한 자아 정체감 위기를 겪는다. 그리고 자신의 외모적인 특성을 인식하면서 ‘자기 존재의식'이 높다. 그러나 사춘기를 지나고 생활환경이 넓어지면서 사회적 압력과 장래에 대한 불안이 증대되면 다른 집단의 아동들보다 심한 자아 정체감 위기를 맞으며 미래에 대한 자신의 목표의식이 낮아진다. 물론 모든 다문화 가정의 아동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의 한국인 아동에 비해 이러한 심리적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따른 해결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인식 개선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나라의 다문화 경향은 지극히 당연하고 발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단일민족국가에 적응돼있는 우리의 인식이 이러한 흐름과 부합하지 않아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배타적 국수주의와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 안에서 다인종 다문화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종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런 인간들로 구성된 가족은 누구나 기본적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 다양한 가정의 형태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제와 더불어 해결방안을 한 번쯤 생각해 본다면, 한국사회가 좀 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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