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출결 되는 수업 중 80%가 이용 안 해 … 있는지조차 모르기도

▲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20일 오후 이화·포스코관 B153호 강의실 문 옆. ‘이화여대 출석관리시스템’이라는 문구가 띄워진 네모난 전자기기가 붙어있다. ‘card’라고 쓰인 부분에 학생증을 접촉하면 자동으로 출석체크가 되지만 아무도 이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학생들 모두 무심히 기기 곁을 지나쳤다. 2005년 공과대학에 처음 설치돼 올해 도입 10년 차가 된 전자출결기는 지금껏 무용지물이다.
 
 본지가 20일~23일 전자출결이 가능한 강의실에서 열린 143개 강의의 담당교수에게 전자출결 사용여부를 확인한 결과, 확인이 된 62개 강의 중 약 80.64%(50개)가 전자출결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뀐 학생증에 맞춰 작년에 기기 교체 사업까지 진행했던 전자출결기가 제 구실을 못하고 ‘있으나마나’ 한 채로 방치된 것이다. 전자출결기는 출석 부르는 시간을 절약해 수업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교수들은 ▲필요성을 못 느껴서(56%) ▲불편해서(30%) ▲사용법을 몰라서(14%) 등을 이유로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자출결을 하지 않는 교수들 중 절반 이상은 전자출결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했다. 일부 수업은 대형강의가 아니기에 전자출결이 필요치 않은 것이다. ㄱ교수는 “학생 수가 30명 정도로 적어 출석을 부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아 전자출결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교수들도 있었다. 교수가 직접 이름을 호명하는 방식이 아닌 전자출결제는 학생과의 유대감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ㄱ교수는 “전자출결제도는 인간적인 교류를 막을 수 있는 제도”라며 “학생의 이름을 부르고 얼굴을 외우는 등 유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자출결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출결제가 교수들한테 안내되지 않아 사용되지 않기도 했다. 본지와 인터뷰한 교수 62명 중 7명(14%)은 전자출결제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전자출결 사용방법에 대한 교육이 교수들에게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처는 학기 초에 전자출결기가 있는 단과대학 행정실을 통해 메일로 교수들에게 공지할 뿐, 다른 직접적인 교육은 하고 있지 않다. ㄴ교수는 “지금 강의하는 강의실이 전자출결이 가능한 줄 몰랐다”며 “학교에서도 안내가 없었다”고 말했다. ㄷ교수는 “전자출결제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출석에 이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출결 개선에 대한 안내가 충분치 않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불편해서’의 사례로 꼽힌 ▲대리출석 ▲학생증을 가지고 오지 않는 경우 등은 이미 개선된 것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처 관계자는 “2013년 전자출결 기기 교체 시 대리출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석자의 사진이 찍히는 시스템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모바일 학생증이 도입되며 학생증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을 경우 발생했던 번거로움 역시 해결됐다. 하지만 대부분 교수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타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성균관대는 2002년 전자출결기를 도입했지만 대리출석, 장비 문제 등으로 중단했다. 고려대는 2004년 전자출결을 첫 도입했으나, 실용성 논란으로 현재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연세대도 2001년 도입됐으나 현실적으로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전자출결 개선을 위해 서울 시내 대학을 대상으로 이용실태에 대해 조사했으나 대부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도움=조은아 기자 bel1211@ewhain.net, 노하람 기자 superminyeo@ewhain.net, 김은총 기자 grace94@ewhain.net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