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남녀공학과 연대와 교류 활발해
미국 여대는 그들 안에서만 고립되지 않은 채 주변 남녀 공학 대학과도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었다.
뉴욕 문화의 중심 브로드웨이(Broadway) 근처.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버나드대와 컬럼비아대가 마주 보고 있다. 마치 젊은 문화의 중심지 신촌 안에서 대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붙어 있는 본교와 연세대의 모습과 유사하다.  
 버나드대는 지리적으로 근접한 것에서 더 나아가 컬럼비아대와 보다 실질적인 제휴 관계를 맺고 있다. 버나드대 재학생은 컬럼비아대의 수업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고 동아리에도 가입할 수 있다. 컬럼비아대 재학생 역시 버나드대의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에 통합된 래드클리프대(Radcliff college)와 달리 버나드대는 행정적으로 컬럼비아대에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가장 단적인 예가 각기 다른 총장이 있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신입생 선발, 교수 임용 등 모든 절차가 버나드대 소관이다.
 스미스대 학생은 ‘파이브 컬리지 컨소시엄(Five college Consortium)’이라고 불리는 대학연합에 소속돼 매사추세츠대(University of Massachusetts), 에머스트대(Emherst College) 등 근처 남녀공학 대학과 깊은 유대를 갖는다. 학생들 대부분은 4년 동안 한 번씩은 타대학의 수업을 듣는다. 스포츠 클럽활동이나 연극부 등 동아리들도 5개 대학끼리 대부분 연계돼 있다. 5개 대학은 시험기간 등 학사일정도 비슷해 학생들이 함께 모이고 활동하는데 편리하다. 이들 대학 사이에는 무료 셔틀버스도 다닌다. 학생들은 자유롭게 대학 간을 이동할 수 있어 주변 공학 대학에 가서 수업을 듣는 시스템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
  웰즐리대도 주위에 있는 다양한 대학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있었다. 웨슬리 안에만 계속 있으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본교가 연세대와 서강대 등과 학점 교류를 하는 것처럼, 이곳 역시 서로 학점 교류를 할 수 있다. 대학은 한 동아리를 만들거나 학생회끼리 교류가 활발해 연합 파티나 행사도 잦은 편이다. 남녀공학에서 수업을 듣고 다양한 의견을 교류하게 한다든지 협정교류를 맺은 대학에서 정해진 개수만큼 수업을 들으면 해당 학교의 학과를 부·복수전공 했다고 인정해 주기도 한다.
 본교도 연세대, 서강대 등 주변 대학과 학점교류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본교 안에서만 수업을 듣고 졸업한다. 학교 차원에서 나서서 유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들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것이 미국 여대만큼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여대’라서 남학생과 교류할 기회가 없다는 점은 본지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학생 대부분이 꼽는 아쉬운 점이었다.

△지역 주민과도 가까운 학교, 지역 주민이 직접 일일 강사로 나서기도

스미스대 학교 앞 거리에는 ‘local support’라고 쓰여 있는 가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본교 앞 거리 처럼 가게가 줄지어 서 있는 거리에 5개 중 1개꼴로 표지판을 찾아볼 수 있다. 이 표지판이 걸려있는 가게는 지역의 재료를 쓰거나 지역 고유의 상품을 파는 가게라는 뜻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표지판이 걸려있는 가게에 더욱 발길이 간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이 주 고객층인 학교 앞 상점들은 이러한 학생들의 반응에 앞 다투어 ‘local support’를 걸고 있었다. 지역주민과 상점, 그리고 학생과의 연결고리는 학교 밖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학생들은 지역 상점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을 통해서도 지역 주민과 교류한다. 지역 주민이 일일 교수로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이 종종 마련되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들은 수업시간에 찾아와 유기농 농장과 식품 재배법에 대해 가르치고, 학생들은 해당 농장에 가서 봉사활동을 할 기회를 갖는다. 스미스대에 재학 중인 이보연씨는 지역 사과농장주가 직접 수업시간에 재배한 사과를 들고 와 재배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학교 기숙사들도 대부분 지역의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한다. 

웰즐리대는 대학 차원에서 지역과 교류한다. 웰즐리대의 도서관은 대학 도서관 중 유일하게 Boston Library Consortium에 소속되어 있다. 대학 도서관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도서관과 연계하며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130만권 이상의 장서와 2500종 이상의 정기간행물을 보유할 뿐 아니라 지역 도서관 연맹과도 연결하며 더 많은 정보를 학생들에게 안내한다. 학생들이 에세이나 논문을 작성할 때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것을 도와주는 시스템도 잘 구비돼 있었다. 방대한 양의 자료 중에서 학생이 필요한 자료와 논문 주제별로 꼭 필요한 자료 등을 상담을 통해 결정하고 조교(Assistant)가 일대일로 케어해 주며 학생의 어려움을 덜어주려고 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었다. 또한 도서관에는 학생들의 학업 수행에 도움을 주는 곳도 따로 있었다. 공부 방법 등을 알려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시간 관리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취재노트>
딸아, 나는 내가 ‘여대생 맘’인 게 자랑스럽단다.

 “우리 아이 학점은 왜 이런 거죠?”, “보고서 점수가 납득이 안 가네요.” 장성한 자녀의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 맘의 기승으로 한국에서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관심’은 어느 순간 ‘일그러진 모정’으로 왜곡됐다. 
 하지만 작년 겨울, 7번출구 취재팀은 미국 여대에서 ‘학부모 참여’의 좋은 예를 발견했다. 학교 로고가 그려진 기념품 착용, 자녀의 수업 참관 등을 통해 이곳 학부모는 여대를 다니는 딸에 대한 자부심을 적극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버나드 대학 기념품점에서 버나드 맘(Barnard Mom), 버나드 대드(Barnard Dad)라는 문구가 박힌 모자를 발견했다. 자녀의 학교를 방문한 학부모를 위한 기념품이다. 학부모는 학교 로고가 박힌 기념품을 몸소 착용하며 자긍심을 표현한다. 재학생만큼 높은 학부모의 자부심은 여대가 사회의 편견을 헤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웨슬리 대학은 특정한 날을 학기마다 정해 학부모가 필수적으로 수업을 참관하도록 한다. 해당 날짜에는 본인의 딸이 수강하는 강좌 외에도 어떤 수업이든지 학부모가 들어가서 수업을 볼 수 있다. 참관 수업 일자가 되면 다른 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학부모도 많다. 재학생은 이 참관 수업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높여주는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대학 수업을 접하기 어려운 학부모가 웨슬리의 커리큘럼을 직접 확인하고, 자녀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학교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 큰 자녀에 대한 관심을 어찌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헬리콥터 맘에 관한 연이은 구설로 진정한 의미의 부정 혹은 모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으로 부쳐진 내 딸의 성적표에 대한 관심도 사랑이지만, 주말 오후 문밖을 나서 딸과 함께 봄볕 깃든 ECC 교정을 걸어보는 것도 사랑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버나드 대학 학생처 인터뷰 –레이첼 롬즈버그  (Rachel Romesburg) 씨
“여대생은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편견 있다”
-버나드 대학에서 학생처의 주요 역할은 무엇입니까. 여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부서의 노력이 궁금합니다.
우리 부서는 해외 및 다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국제적인 기회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제 경험이 학생의 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이러한 경험을 해외 연수, 국제학생과의 협력, 타대 행사 참여 등을 통해 이끌어내게끔 노력 중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버나드에서 추진 중인 특이한 프로그램으로는 방문학생 프로그램(VISP)이 있습니다. 협력 대학은 주로 남녀공학으로 이들이 버나드에 와서 여성 중심의 교육을 체험하게끔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고국에 가서도 여대에 대해 긍정적인 인상을 갖도록 하죠. 이화여대 학생 역시 VISP를 통해 버나드 대학에 방문할 기회가 있습니다.
-귀 대학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1889년부터 버나드 대학은 다른 여대와는 차별화되는 최고 수준의 여성 교육을 제공해왔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유전공체제를 통해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뿐만 아니라 컬럼비아 대학 등 주변 주요 대학의 전공 과목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합니다. 학생들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교차 수강신청을 할 수 있으며 클럽, 스포츠 동아리 역시 이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뉴욕 맨하튼 중심부의 아름다운 캠퍼스 역시 우리의 자랑거리죠.
-미국 사회에서 여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대에서는 프로그램, 학생활동, 수업, 행사, 강의가 젊은 여성리더를 양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됩니다. 학생들은 강력한 여성 유대 속에서 용기와 우정, 그리고 동문 관계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남녀공학 대학과 비교해 여대 학생은 수업시간에 더 활발히 목소리를 냅니다. 여대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가 높고 교수진과 교류도 활발하다는 연구가 있지요. 그들은 리더십을 경험할 기회가 더 많고, 여성 멘토, 롤모델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습니다. 또한 이들은 남녀공학 대학에 비해 자아에 관한 이해와 자신감이 높습니다.
-귀 대학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나요. 특히 어떤 프로그램이 여대의 한계를 개선하고 여대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나요.
버나드 대학은 젊은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 리더십 연구를 위한 아테나 센터는 우리 학생과 동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의 리더십을 고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요. 우리는 세대를 아우르는 멘토십, 국제적인 대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여대 재학생으로서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나요. 한국에서 여대 재학생은 가끔 사회성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같은 의미로 여대생은 매우 독립적이다라고 해석되기도 하지요.)
오히려 버나드대 학생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다양성을 지닌 도시(뉴욕)에서 오직 여성만으로 구성된 작은 환경으로부터 큰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회적인 혹은 배움에 있어서의 기회는 캠퍼스 교정을 넘어선다고 할 수 있죠. 버나드대 학생은 컬럼비아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모든 종류의 클럽, 조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뉴욕 내 셀 수 없는 경영, 문화 기관에서 인턴을 하고 있죠. 그리고 뉴욕이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이점, 이를테면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등을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 여대생은 때로 사회적 편견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이곳 학생들도 유사한 편견에 시달리나요.
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이곳엔 여대 학생들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긍정적인 편견은 있죠. 미국에서 여대 졸업생이 의회 내 여성의원 중 20%를 차지하고 있고 30%의 비즈니스 위크 리스트의 떠오르는 여성 인사가 여대 출신이었죠. 하지만 모든 여대생 중 2%만이 여대에 재학중이죠.
-편견이 있다면 귀 대학의 해결점은?
 여대에 관한 나쁜 편견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러한 편견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재능 있고 훌륭한 여성은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것이겠죠.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은?
버나드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학업적 성취를 하거나 그들의 다른 재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매우 엄격한 학업 정진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버나드를 졸업한 후 학생들이 각자 분야에서 그들의 열정을 갖고 뛰어난 여성리더가 되길 바라죠.

 

박선영 퇴임기자 idolboa1@, 박예진 기자 yenny_park@, 박준하 퇴임기자 parkjunha@, 황선영 기자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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