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명수 이사장 홍숙영 기자 jikkal@ewhain.net

 

  이대학보 창간 60돌을 축하합니다.

  60년 이라면 이화 128년 역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세월인데, 그 긴 시간 동안 이화의 모습과 정신과 일어난 일들을 기록해 왔으니 이대학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대학보가 창간되던 1954년 봄 저는 중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학교도 그 때 학교신문을 창간하여 입학식에서 창간호를 나눠주었습니다. 1954년은 한국전쟁이 휴전으로 끝난 다음해였습니다. 포탄에 쫓기며 피난 다니던 아이들을 맞아 절절한 사랑과 희망으로 가르치던 시절이었습니다. 해방직후와 6.25전쟁 직후의 교육환경은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난과 역경 속에서도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쳐서 이 아이들이 부강한 나라를 이루도록 하겠다는 열망이 온 나라에 가득한 때였습니다. 그런 열망이 1954년 이대학보를 탄생시켰고, 중·고등학교에서까지 교지를 창간했었다는 사실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1960년 이화여대 신문학과의 1회 입학생이 되었고, 입학 후 이대학보 기자가 되었습니다. 이대학보가 창간 7주년을 맞던 무렵의 아주 먼 옛날이야기 입니다. 그러나 이대학보 기자로 일하던 그 시절의 기쁨과 보람은 엊그제처럼 생생합니다. 저는 이화에 입학한 게 아니라 이대학보사에 입사한 것처럼 신문 만드는 일을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고 대부분의 시간을 학보사 편집실에서 보냈습니다. 저는 그 때 신문학과 반장이었는데 학생들 출석 체크를 하고는 살짝 교실을 빠져 나와 이대학보 편집실로 도망쳐서 밀린 기사를 쓰는 날이 많았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축사를 하면서 바라보니 이대학보 선·후배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대학보 기자들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극성’이란 단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당시 학보 기자들은 일에도 극성, 놀기에도 극성, 먹기에도 극성이었습니다. 기질이 비슷했기 때문인지 우리는 평생친구들을 이대학보 편집실에서 다 얻었고, 50년 60년을 변함없이 서로 좋아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상’을 받으시는 분들을 보더라도 이대학보인들이 얼마나 극성인지가 잘 드러납니다. 수상자중 한 분은 미국에서, 다른 한 분은 독일에서 이 상을 받으러 오셨는데, 이 상이 무슨 그렇게 중요한 상이라고 그 멀리에서 달려오셨는지 놀랍습니다. 이대학보인상 수상자들의 경력을 보면 한 분 한 분 정말 대단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하여 원하던 것을 성취했고, 그들이 개척한 길을 후배여성들이 따라가고 있습니다. “도전하라. 이룰 수 있다”고 자랑스러운 이대학보인들은 말합니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그들은 주저하는 후배들을 일으켜 세워 용기를 줍니다.

  독일에서 상을 받으러 오신 이선희씨는 이대학보 기자 시절 철학과 학생이었는데, 독일로 철학공부를 하러 갔다가 의사로 진로를 바꿔 의대에 진학했고 지금은 퀠른대 부속 정신과 병원의 부원장으로 일하신다고 합니다. 그 맹렬한 탐구욕과 도전정신이 놀랍습니다. 28세에 의대에 진학하려고 할 때, 독일 말이 서툰 학생이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지만 그는 자기 자신을 믿고 꺾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것이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는 길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상을 받으러 오신 장선용씨는 유명한 요리연구가인데, 이대 출판부에서 우리말과 영어로 출판한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의 저자입니다. 한국어 판은 장기간 베스트 셀러로 뽑혔었고, 영어판은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한국요리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분은 저의 1년 선배인데, 이대학보 시절에는 ‘가장 요리를 못할 것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평생 주부로 살면서 남편과 두 아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고, 요리 만드는 법을 기록하다 보니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요리연구가가 된 것입니다. 그의 요리책은 “그냥 읽기만 해도 재미있다”는 특이한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대학보의 60년은 이런 극성기자들로 가득 차 있고 오늘의 기자들도 그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화 역사의 반을 기록해 온 이대학보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하여 이화의 역사를 충실하게 기록하고, 이화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이대학보를 보면서 그 옛날 우리가 만들던 신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련되고 수준이 높아진 것에 감탄하곤 합니다. 다시 한번 이대학보 60돌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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