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어 아들과 함께 자살을 택한 어머니도 있었다. 언론에서는 그들의 죽음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동반자살 세 모녀, 번개탄 피우고 목숨 끊어’, ‘30대 주부 4살배기 아들 안고 15층서 투신자살’. 그들의 비극적인 삶과 죽음이 불과 열다섯 자 남짓한 제목 안에 담겼다.

  자살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난, 소외감, 절망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명 그들에겐 삶을 포기 할 수밖에 없었던 개개인의 슬픈 이유가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그들의 죽음을 더욱 자극적으로 꾸미기에 급급하다.

  개인의 알 권리라는 미명 하에 자살한 사람의 나이, 거주지 등 개인 신상이 지나치게 자세히 노출되기도 한다. 얼마 전 SBS <짝>에 출연한 여성이 자살한 사건 이후에는 그녀의 자살 방법부터 그녀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까지 뉴스가 됐다. 그녀가 목숨을 끊은 촬영지 사진까지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일부는 자살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넘겨버리는 가십처럼 여기며 글을 적어 올리기도 했다.

  언론에서 자살사건이 보도된 날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자살’이 오른다. 한국 자살예방협회는 세 모녀 동반자살사건이 보도된 이후 인터넷에서 ‘동반자살’을 검색하는 양이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언론에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10일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내세웠다. 이 권고기준은 언론이 자살사건을 보도할 때 지켜야 할 9가지 보도원칙이 나타나 있다. 이 보도원칙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해야 한다. 선정적 표현은 피해야 하며,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미화나 합리화도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유명인의 자살사건이라 할지라도 자살 장소와 방법 등 자세한 경위를 묘사할 수 없다.

  이미 외국에서는 자살사건 보도에 쓰이는 용어를 바꿈으로써 자살률이 떨어지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핀란드에서는 언론보도에서 ‘자살’이란 단어를 사용하기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자살방법에 대한 보도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핀란드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2005년 18명에서 2008년 16.7명으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8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 자살률이 28.1명(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으로 20년 새 3배로 늘었다. 매일 39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하루에 한 번씩 명복을 비는 나라라는 말도 이쯤 되면 더 이상은 우스개로 넘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자살률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노력은 물론 자살을 보도하는 언론이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누군가의 삶을 보도하는 일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기사를 자극적인 글자로 채우기 전에 사람의 생명과 감정에 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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