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템플대(Temple University)

 

  작년 가을학기부터 지금까지 필라델피아의 템플대학교에서 교환생활을 하고 있다. 교환학교를 결정했을 때 다들 그 선택의 이유를 물어 왔지만 사실 이 학교는 물론 필라델피아에 대해서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필라델피아가 큰 환상의 대상이었던 뉴욕과 가깝다는 것, 해당학교에 전공과목이 많이 개설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정도? 사실 필라델피아가 어떤 곳이든 간에 일단 내 오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들떠있었다. 자유의 땅을 밞는 순간부터 지긋지긋한 한국에서와는 다르게 새롭고 신나는 일들만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이곳에서의 생활은 내 생각과 다르게 녹록치 않은 날들이 더 많았다.

  나는 늘 남들과 다른 것을 경험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그것을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스스로 “다름”을 찾아 나서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교환생활 중 맞닥뜨리게 된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내가 즐겨야 했던 “다름”이란 조금 다른 의미에서의 그것이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에 쿨해져야 했다. 내 환상 혹은 기대속의 미국 교환생활과 현실간의 괴리 앞에서 실망하고 속상해 하기만 해서는 안 됐다.

  먼저, 교환 생활은 말 그대로 타지에서의 다소 짧은 “생활”이지 긴 “여행”이 아니기에 언제나 기발하게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하기 나름이겠지만 한국에서와는 180도 다른 일상만을 기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미국 친구와의 로맨스, 매일 밤 이어지는 파티 등은 누군가로부터 들어 본 이야기긴 하지만 모든 교환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공과목 수강, 좋은 성적을 받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아무리 이화에서의 학업보다 강도상 조금 약하다 하더라도 여전히 출석과 과제 등에 신경을 써야했다. 또, 친구를 사귀면 영어가 늘 것이라 생각해서 한 때 미국 친구 사귀기에 혈안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영어를 어느 정도는 잘해야 친구를 사귀기 쉽다는 것을 느꼈다. 정확하게는 친구를 사귈 용기를 얻는 데 영어실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한국에서도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 이상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쉽지 않듯, 미국이라고 해서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것만으로 대화를 시작한다거나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 바다 건너 다른 대륙이라도 사람이 사는 것, 내가 사는 것은 크게 다를 것이 없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미국생활 자체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다른 것을 기대한다면 다른 내가 되어야 했다.

  교환학생으로서의 1년이 지난 후 나는 어떤 상황에든 쿨하게 반응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다. 또 내가 가진 다양한 모습의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됐다. 예전의 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잘나게 살고 싶다는 야망 혹은 허영을 가졌던 탓에 매사 유난스럽게 반응해왔던 것 같다. 미국에서의 1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더 화려한 야망을 가지게 해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내가 경험한 미국은 그 넓은 땅덩어리 중 필라델피아에 국한되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미국”이라고 일반화시켜 이야기 한 것이 경솔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1년간 살면서 보아 온 나의 미국은 쿨하게 사는 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영어실력도 쿨함도 어쩌면 남들 눈에는 띄지 않을 만큼만 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진정한 쿨함이 무엇인지 깨우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필라델피아에서의 생활이 충분히 뜻 깊고 값진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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