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박물관 특별기획전 ‘자연의 기하학’ 11월22일까지 열려

▲ 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사분원을 올려놓고 영상 '빙글빙글 생물의 대칭'에 4방사대칭 생물 달맞이꽃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 전시실에 있는 거울은 우리의 몸이 몸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세로선을 기준으로 좌우대칭임을 보여준다. 아이들과 부모가 거울에 몸을 비춰보며 좌우대칭임을 확인해보고 있다. 김가연 기자 ihappyplus@ewhain.net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보자.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서·남해안은 동해안과 달리 유난히 구불구불하다. 해안선 일부분을 확대해 보면 해안선 전체와 같은 복잡한 구조가 반복된다. 이처럼 같은 모양이 반복돼 전체와 부분이 같은 모양을 나타내는 구조를 기하학에서는 프랙탈(Fractal)이라고 한다.

  자연은 모두 형태를 가지고 있다. 프랙탈도 이런 형태 중 하나다. 자연이 가진 다양한 형태를 수학적으로 접근해 새롭게 해석할 기회를 본교 자연사박물관이 마련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어 무심코 흘려버리기 쉬운 자연의 여러 모습을 올해 11월22일까지 특별기획전 ‘자연의 기하학’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기하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기하학은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이집트인은 홍수로 경계가 사라진 땅을 다시 나누기 위해 매번 땅의 크기를 측정했다. 그들은 도구를 이용해 토지를 측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형을 연구하게 됐다.

  전시관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관람객들은 제일 먼저 자연 속 다양한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벌집, 눈 결정 등에서 볼 수 있는 육각형에서부터 인간의 DNA 이중나선, 태풍의 소용돌이 등이 나타내는 나선 등 다양한 모양을 가진 자연의 모습이 전시됐다.

  자연의 대칭과 비대칭 코너에서는 여러 가지 대칭을 이루는 생물을 표현한 영상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3개 이상으로 나눈 생물의 몸이 대칭일 때 방사대칭을 이룬다고 한다. 예를 들어, 4방사대칭은 중심에서 90° 회전할 때마다 모양이 반복되고, 5방사대칭은 72° 마다 같은 모양이 나타난다. 반원, 사분원(부채꼴의 중심각이 90°인 도형) 등의 도형을 센서 위에 올리면 동물, 식물 등의 그림이 빙글빙글 돌며 화면에 등장한다. 반원을 올리면 좌우대칭인 생물이, 사분원을 올리면 4방사대칭인 생물이 나온다. 4방사대칭의 대표적인 예로 달맞이꽃이 있다.

  영상체험코너를 지나면 대칭과 비대칭에 관련된 실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을 비롯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90%는 좌우대칭이다. 인간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 한가운데를 지나는 선을 기준으로 좌우가 같다. 관람객은 벽에 부착된 거울 가운데 그려진 점선을 대칭축으로 삼고 자신의 몸이 좌우대칭인지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은 몸의 형태는 좌우대칭이지만, 기능은 비대칭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과 왼손 모양은 같지만, 양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적다. 눈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글씨를 쓰거나 사물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한쪽 눈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를 편측우성이라고 하며 이때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눈을 주시안(Dominant eye)이라고 한다. 관람객은 간단한 실험으로 자신의 주시안을 알 수 있고, 그 방법은 간단하다. 첫째,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움직이지 않는 물체 하나를 선택한다. 둘째, 양손으로 삼각형을 만들어 선택한 물체가 그 안으로 보이게 한다. 셋째, 양쪽 눈을 차례로 감아본다. 이때 해당 물체가 보이는 쪽이 주시안이다.

  편측우성은 뇌 역할을 하는 기관이 없는 무척추동물에게도 나타난다. 큰연못우렁이, 미국바퀴 등은 왼쪽 또는 오른쪽의 기능이 더 발달해 한쪽으로 치우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컷 큰연못우렁이는 짝짓기를 할 때 암컷 주변을 껍데기가 꼬인 방향으로 빙빙 돈다. 미국바퀴는 더듬이로 냄새를 감지하며 기어갈 때, 왼쪽보다 오른쪽으로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심지어 오른쪽 더듬이를 제거해도, 반 이상의 미국바퀴는 오른쪽으로 기어갔다.

  관객이 직접 기하학적인 무늬를 만들 수 있는 코너인 ‘제브라피쉬(Zebra fish)의 무늬를 만들어요’,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그려요’ 등도 있다. 관람객들이 만든 제브라피쉬 일곱 마리는 전시장 내 영상 속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제브라피쉬의 무늬를 만들어요’ 코너에서는 관람객이 물질의 확산속도를 설정하는데, 각기 다르게 설정된 확산속도에 따라 여러 무늬를 가진 물고기를 만들 수 있다. 이 활동은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발견한 반응-확산 방정식(두 종류 이상의 분자가 서로 반응할 때 다양한 무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나타낸 수식)을 가지고 무늬를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에 사는 세일핀 메기, 킹 타이거 플레코, 로열 플레코 풀스풋이 가진 무늬는 튜링패턴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세 물고기는 친척과 같아 이들의 무늬가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은 점박이, 얼룩무늬 등 서로 다른 무늬를 가지고 있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그려요’ 코너에서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다.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은 평면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각형이다. 두 점을 잇는 직선에 수직이등분선을 그어 평면을 분할하고, 같은 방법을 평면 위 모든 점에 적용하면 해당 평면은 무수히 많은 면으로 나뉘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이 된다. 관람객이 한 뼘이 채 안 되는 빨간 원기둥을 수평의 화면 위에 차례차례 올려놓으면 각각의 기둥이 점 역할을 해 보로노이 다이어그램을 그릴 수 있다. 원기둥을 세우다 보면 기린, 거북이 등 관객이 만든 보로노이 다이어그램과 비슷한 무늬를 가진 동물이 나타나 화면 속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자녀와 함께 전시를 관람한 한혜주(서울시 금천구·42)씨는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졌던 기하학을 사진과 체험활동을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며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을 기하학으로 되돌아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자연의 기하학’ 전은 월요일~토요일 오전10시~오후4시(7, 8월은 토요일 휴관) 자연사 박물관 4층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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