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필자는 4학년 1학기가 되었다. 이젠 취업 정보가 귀에 들어오고, 잘 모르겠다며 유예 해두었던 진로 고민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그래서 근래에 필자는 어떤 진로든 선택하여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신경이 곤두서있다. 가수 장기하와 얼굴들의 유명한 노래 가사처럼, “별일 없이 산다, 매일 매일 신난다!”하면서 살고 싶은데 필자의 현실은 대부분의 대학교 4학년이 그렇듯, 심란하다.

  이럴 때일수록, 솔직히 세상 돌아가는 일은 그냥 외면하고 싶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고 나면 별일, 즉 드물고 이상한 일이 많아 마음의 평화는 더 멀어만 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요즘 필자의 스트레스를 더 하는 뉴스가 있으니, 바로 국가 정보원의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개입이다. 작년 12월19일에 있었던 18대 대선에서 국가정보원은 특정 후보는 지지하고 다른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글들을 올렸다. 그 트위터 글이 현재 까지 밝혀진 바로는 121만개라고 한다. 이 사실은 국정원 직원 몇몇의 일탈 행위가 아니라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공작을 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지난 11월 22일, 천주교 정의 구현 사제단 전주 교구 사제들이 불법 선거를 규탄하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전북 군산시 수송동 성당에서 개최했다. 천주교를 시작으로 개신교, 불교도 시국 선언을 했다. 종교계가 현 시국에 대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위기는 위기다. “국가와 국민의 자유와 진리를 위해 무명의 헌신을 하겠다”는 국정원이 누군가들의 지시였던지 동기가 무엇이었던지 간에, 선거에 은밀히, 조직적으로 개입하여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글들을 올렸고,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공정 선거를 방해했다. 국민과 민주주의를 농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국민의 총 대리자를 뽑는 대통령 선거까지 개입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을 먹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자신들이 원하는 정치적 성향을 유도하기 위해 이 나라의 원칙인 민주주의마저 무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나라는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대체 국민은 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필자의 학점과 시사 상식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내가 아는 것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는 없으니, 국민들은 주기적으로 선거에 참가하여 한 표를 행사하고, 대표를 선출하여 간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국민을 대신할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공정해야 하고, 국가 기관들은 중립을 지키며 정확하고 공정한 선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이 지켜져야만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유지된다. 이 원칙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도대체 민주주의가 어떻게 가능 하겠는가. 몇 사람이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 나라를 운영하는 것에 대항하며,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 수많은 분들이 나의 나이 또래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잃었고, 자유로운 청춘을 보낼 기회를 희생했다. 목숨까지도 잃었다. 그 분들에게 필자는 빚을 느낀다. 그 분 들은 이름 모를 미래의 누군가들의 자유롭게 살 권리를, 권력 있는 누군가들에게 짓밟히지 않을 권리를 위해 자신의 소중한 것을 희생했으니까.

  별일 없이 좀 살고 싶은데, 한동안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별일 없이 사는 거 그냥 포기하고, 이놈의 별일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눈 똑바로 뜨고 살아야겠다. 진로 고민도 계속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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