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복지 불모지 캄보디아에서 천국을 꿈꾸다 <3> 『이화 복지학개론』: 스스로 자립하게 하라!

▲ 캄보디아 농촌 지역인 깜뽕스프(Kampongspue)에 사는 한 소녀가 ESS로부터 지원받은 소에게 여물을 주고 있다.


  기자가 찾은 캄보디아 곳곳에서는 이화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캄보디아에 들어와 있는 수십 개의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본교는 이화만의 복지 신념으로 차별화된 복지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화 복지학개론'의 핵심은 일방적이고 단기적인 원조의 개념이 아닌 현지민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맞춤형 복지, 즉 '적정기술(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이다. 적정기술은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 공동체의 정치적, 문화적, 환경적 조건을 고려해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본교 종합사회복지관 ESS(EWHA Social Service)의 카우뱅크(Cow Bank) 사업과 음악 교육, 환경공학과가 연구 중인 대기실 측정 장비 등이 있다. 현지에 세운 ESS 주성아 관장은 "우리의 목표는 캄보디아인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10월30일~11월1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이화가 현지 경제, 교육, 환경 분야에 적용 중인 적정기술을 직접 확인했다.
 40도 가까이 되는 무더운 뙤약볕 날씨에도 소와 함께 산책 나갈 채비를 하는 캄보디아 농민 팽 소이(Peng Soy)씨. 이 암소는본교가 2011년도에 캄보디아에 세운 이화사회복지센터(Ewha Social Services 이하 ESS)가 빌려준 돈으로 마련한 것이다. 1년 전까지만해도 일거리를 찾기가 힘들어 온종일 집에 있어야 했던 소이씨는 이제 ESS의 카우 뱅크 사업(빈곤한 농민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도록 송아지를 살 돈을 빌려주고 2년 내에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으로 경제적 자립을 꿈꾸고 있다.
 기자가 11월1일 프놈펜 도심에서 북쪽으로 차를 타고 약 1시간 반 달려 도착한 농촌 깜뽕스프(Kampong spue), 그 곳에서 ESS에서 진행하는 농촌자립지원사업 참여 농민을 만나봤다.

  국가 경제인구 중 60%가 농업에 종사하는 캄보디아는 소를 키워 새끼를 파는 방식으로 돈을 번다. ESS가 이 사업을 하는 이유는 캄보디아 농민들이 생계 수단인 소를 건강하게 키우는 방법을 잘 몰라 소가 죽기도 하고, 빈곤층의 경우 소를 살 돈마저 없는 경우가 많아 고금리 고리대의 늪에 빠지는 등 빈곤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SS는 2년 후 농민이 빌린 돈을 상환 받을 때 원금만 받고 있다. 농민은 소를 잘 키워 원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그 차액은 농민이 수입으로 가질 수 있다. 또한 이렇게 소 구입비를 지원받은 농민들은 자발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소 2마리를 키우고 있었는데 작은 아이가 아파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모두 팔았어요. 소가 유일한 생계수단이었는데 그것마저 없으니 하루하루가 막막했죠. 그때 ESS로부터 500달러를 지원받아 암송아지 한 마리를 살 수 있었어요. 지금은 작은 아들의 병을 치료해 학교도 보내고 있답니다.”(팽 소이)

  현재 스랑 코뮨에서는 저소득 농민 약 30명이 ESS가 지원한 소를 키우고 있었다. 이들은 ESS가 주관하는 축산 교육에서 해당 지역 농업부 전문가로부터 축산에 관한 전문 지식을 배우고 있다. 또 정기적으로 농민들과 함께 가축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소 관리 방법을 비롯해 일상에서 사용가능한 유용한 방법 등을 알려준다. 소이씨 정기적으로 현지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듣고 소의 상태를 점검했다.

  “현지 전문가가 소에게 예방접종도 해줬어요. 얼마 전에는 제 소가 임신한 것 같다는 얘기도 해줬죠. 수소와 교배한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임신 증상을 보여 신기했어요.”(팽 소이)

  ESS는 농민이 소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약 6,780,000원($6,000)을 들여 우물 3개를 깜뽕스프 스랑코뮨에 설치했다. 우물이 설치되기 전에는 소에게 정수되지 않은 흙탕물을 먹일 수 밖에 없었으나 이제 새 우물이 생겨 소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도 이용되고 있다.

  ESS의 사회복지사 산 라타나(Sann Ratana)씨는 “농업 중심의 캄보디아 사회에서 소는 국민의 전통적인 생계수단이었다”며 “농촌소득증대사업과 앞으로 진행할 주민협동조합 설립을 통해 캄보디아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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