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대(University of Arizona)


  2013학년도 2학기 현재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파견돼 공부하고 있습니다. 11월 중순에도 후끈후끈한 열기가 가시지 않은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현지의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주 투산(Tucson)은 University of Arizona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학가 도시입니다. 이 곳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기후입니다. 여름에는 태양빛이 타들어갈듯이 내리쬐며 매일매일 기온이 40도에 육박하지만, 전혀 습기가 없어 언제나 뽀송뽀송한 기분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본격적으로 겨울 추위에 돌입한 서울과 달리, 투산은 아직도 낮에는 여전히 민소매를 입고 돌아다닐 만큼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답니다. 눈이 시릴 만큼 화창한 투산의 낮 하늘과 석양을 보고 있으면 안구에 카메라를 달아 매 순간을 촬영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투산의 더운 날씨 덕분에 University of Arizona 캠퍼스에는 너도 나도 최소한의 의복만 걸치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곳 날씨에 적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노출임을 이해하지만, 처음에는 저에게 적잖은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지요. 물론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난 지금은, 상의를 벗고 아무렇지 않게 조깅을 하거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학생 무리를 마주쳐도 전혀 놀랍지도 않을 지경입니다. 여학생들은 주로 다양한 디자인의 민소매 셔츠에 간단한 요가팬츠를 입고 교실에 옵니다. 하루는 제 앞에 앉은 여학생이 거의 속옷만 걸치고 있어서 저 혼자 수업 내내 주변 학생들의 반응을 살피며 충격에 사로잡혔던 적도 있었지요. 반면, 이 곳 학교의 교실에서 높은 굽의 구두를 신은 학생은 구경조차 하기 힘듭니다. 파티나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날에는 웬만해서 절대 힐을 신지 않기 때문이죠. 개성 강한 패션을 자주 볼 수 있는 이화여대의 캠퍼스 모습과 달리, 미국의 학생들은 옷의 편하고 실용적인 면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산은 건조한 내륙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신선한 해산물이나 채소를 쉽게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차가 없으면 학교 캠퍼스 밖을 멀리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사는 학교 근처에서 해결하기 마련이지요. 학교 근처 식당 중에서도, 저와 제 친구들이 가장 자주 가는 Chipotle을 소개해드릴게요! 멕시코 국경에 인접한 투산의 특징 때문에 음식도 salsa, rice, taco가 들어간 멕시칸 음식이 아주 많습니다. Chipotle에서는 먼저 밥과 토핑을 선택한 다음, 내용물을 그릇에 담아 먹거나 또르띠야 속에 돌돌 말아 부리또처럼 베어먹을 수도 있어요. 새콤달콤한 살사와 고슬고슬한 밥, 고소한 콩과 신선한 고기의 조합이 처음에는 도전적일 수 있지만 한번 그 매력에 빠져들면 중독될 수 밖에 없답니다.

  이 밖에도 치열한 풋볼시즌의 분위기, 미드에서만 보던 Greek life, 교수님과 친구처럼 대화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수업환경 등……. 매일이 새로운 경험의 연속인 University of Arizona에서 시간은 화살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쉽기만 하지만, 앞으로 남은 기간을 하루하루 충실히 만끽하고 돌아가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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