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괴팅엔에서 1년
독일 괴팅엔에서 1년
  • 손서린(경제·08)
  • 승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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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괴팅엔대(Georg-August-Universität Göttingen)


  2011년 겨울학기와 2012년 여름학기에 독일 괴팅엔(Göttingen)시의 Georg-August-Universität Göttingen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습니다. 타고난 언어능력 부족으로, 영어도 미숙한데다 독일어 역시 교환학생 시험을 턱걸이 할 정도로만 배워둔 채 독일에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고생했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서비스 정신이 한참 부족한 학교 교직원부터 택시 기사, 기숙사 교감, 심지어는 레스토랑 웨이터까지! 어눌한 독일어가 원인이었는지 처음 몇 달간 공적으로 만난 분들은 불친절의 연속이었고,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있는 한인교회에서 회복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평소 자존심이 센 편이고 나서기도 좋아했는데 언어가 막히니 어느 모임에서나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혹시나 틀릴까봐 겁났고 '금발에 코높은 푸른눈들' 앞에서 말문을 열려니 숨이 막힐 지경이어서 쭈뼛쭈뼛 대기 일쑤였습니다. 독일은 토론을 즐기는 나라입니다. 사소한 문제로도 의견을 나누는 문화인데, 저의 소극적인 자세는 수업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매우 치명적이었습니다.

  배려와 이해가 있는 한국의 문화가 큰 자산을 주었듯, 독일의 당당한 토론 문화도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등 뒤에 숨거나 피해버리면 성장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각종 파티와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억지로 몸을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부끄러운 마음을 참고 사람들 앞에서 더듬더듬 말하기 시작했고, 수업시간에도 발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반론하면 강하게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시간관념이 철저하며(으레 30분 늦게 모이는 Korean time에 익숙했던 저는 습관을 바꾸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예외나 관용이 한국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그러나 입장을 논리정연하게 호소할 때 문을 열어주는 관대한 면모도 있었습니다. 수강신청이 끝난 어느 철학수업을 듣고 싶었던 적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강의를 마치고 나오시는 교수님을 붙잡고 사정했더니, 그 동안 수업했던 논문 15개를 주시면서 "이걸 요약해서 다음 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브리핑하면 받아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어려웠지만 어쨌든 기회를 주신겁니다! 저는 본교에서 배운 인내와 불굴의 정신, 글로벌 여성 리더십으로 논문을 독파하고 브리핑해 수업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수업은 독일에서 보낸 2학기 간 배웠던 어떤 수업보다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독일 교환학생의 자격으로 받은 혜택과 배운 경험들은 무척이나 많습니다. 수준 높은 독일 경제학와 의학을 배울 수 있었던 점이나 다양한 학생 혜택을 받아 유럽을 여행한 일, 세계 각지의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등,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도 타인 앞에서 당당히 주장하는 법을 배우고 의견을 명확하게 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에서의 큰 변화점이었습니다. 20여년간 쌓아온 가치관과 목표, 시야, 세계관이 바뀌는 시간이었고 세계의 흐름을 읽고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기에 혹시나 고민하고 있는 학우가 있다면 교환학생 지원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제는 교환학생으로 처음 독일에 발을 디뎠던 때의 가을 날씨가 이화 캠퍼스에도 만연해졌고, 독일을 다녀온 지도 벌써 1년이나 지났습니다. 공채 기간, 자'소설'을 쓰느라 바쁜 와중에 그나마 자'수필'로 쓸 수 있는 몇 가지 독일에서의 경험들은 이 가을 날씨에 곱씹기에 딱 좋을 추억이자 큰 자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