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은 새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거래돼 소비자들의 ‘알뜰 소비’를 돕는다. 나아가 자원의 순환 및 절감에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는 한 방안이기도 하다. 장기 불황으로 국내에서도 중고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 더욱 활발한 중고품 거래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학생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대학보사, 이화보이스(Ewha Voice), EUBS로 구성된 이화미디어센터 해외취재팀은 8월22일~9월1일 중고 문화의 메카라 불리는 영국 런던에서 중고 문화와 그 발전 방향을 취재했다. 본지는 ‘중고지신(中古知新)’을 3회 연재해 중고 문화만의 가치를 살피고 우리 중고 문화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런던=조윤진 기자 koala0624@ewhain.net

  영국에서 중고 거래는 자선활동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한다. 영국인들은 단순히 중고품을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 중고품을 기부하고 중고품을 판매한 수익금을 사회적 약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영국의 기업, 개인, 학생은 중고품을 통해 각기 다른 규모와 방식으로 타인을 돕고 있었다.

  영국 거리에는 골목마다 하나 꼴로 자선을 위한 중고 가게(자선 중고 가게)가 눈에 띈다. 8월27일 오후3시 약 2km 길이의 런던 빅토리아 거리(Victoria Street) 곳곳에는 자선 중고 가게 약 7곳이 운영 중이었다. 이중 올해 새로 문을 연 가게만 2곳이다. 이는 근처 편의점이나 식당이 2~3개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치다. 가게 간판에는 백혈병 아이를 돕거나 항암치료를 지원하는 등 기부 목적이 적혀 있어 중고품을 사거나 기부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기업이 중고품을 이용한 자선활동에 앞장선다. 전 세계 92개국에 지점 약 700개를 운영 중인 자선 기업 옥스팜(Oxfam)이 대표적인 예다. 옥스팜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옥스퍼드 주민이 독일 치하에 있던 그리스인을 구호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옥스팜이 2011년 발표한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재작년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약 2억3000만파운드(원화 약 4000억원)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의 빈민층을 돕는 일에 사용했다.

  옥스팜 국제거래팀 앤드류 홀튼(Andrew Horton) 담당관은 “전 세계에서 중고품을 수집하고 각 지점으로 배분해 지점에서 얻을 수익을 매년 자선사업에 투자한다”며 “자원봉사자와 중고품을 자본으로 삼기 때문에 실질운영비는 0원에 가깝다”고 말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자선 중고 가게 역시 자선활동의 기둥이 된다. 영국 거리에 즐비한 자선 중고 가게 중 단체 이름을 달지 않은 곳 대부분이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다. 자선 중고 가게 운영자는 자신의 중고품을 초기 자본으로 삼아 가게를 열고 이후 주민이 기부하는 중고품을 판매해 자선활동에 참여한다. 자선 중고 가게로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아바 돌(Ava Dole)씨는 “자선 중고 가게는 영국인이 중고품과 자선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 직접 나서서 중고 거래를 돕기도 한다. 옥스팜을 본뜬 대학생 연합단체 ‘옥스팜 소사이어티(Oxfam Society)’는 중고 거래를 직접 진행하고 수익금으로 자선활동을 하는 한편, 중고 거래를 주선하는 역할도 한다. 영국 런던 노팅햄대(University of Nottingham) 옥스팜 소사이어티 크리스티 태커(Kristie Thacker) 대표는 “다른 계층에 비해 비교적 활동량이 많은 대학생 특성을 살려 중고 거래 주선을 통해 기부금 수여자와 수혜자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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