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하는 대학으로 더욱 발전해야

오늘 이자리에 서게 되니 만감의 교차를 느끼게 됩니다.

지금부터 11년전인 1979년 9월 1일 부족한 제가 김옥길 선생님으로부터 총장의 직책을 물려받으며 거목, 이화의 영원한 발전이라는 소중하고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이화여자대학교 제9대 총장으로 취임하였던 것을 기억하게 됩니다.

회상컨데 11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만 70년대말에서 80년대를 거친 이기간은 우리 기억에 생생한 격변과 과도기적 상황으로서, 한국사회와 그 속에 존재하는 학원인 우리 대학은 수많은 도전과 위기 그리고 발전의 가능성을 함께 가지고 고뇌와 희망이 고착하였습니다.

10.26 이후의 한꺼번에 솟구친 변화발전에의 기대와 욕구, 뒤이은 5.17에 의한 격동 그리고 6.29 이후에 살려낸 민주와 자율의 공간, 다시금 초래된 이른바 총체적 난국, 이 모든 우리 사회의 모순과 긴장의 변증법적 상황은 그대로 우리 대학사회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 이 시기에 총장으로 재임한 저에게는 보람과 안타까움과 곤혹이 지배하는 나날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급변과 굴절에 직면하여 자유·정의 그리고 평화의 이화정신의 구현을 위해 우리 모두는 수많은 고난과 낭패와 극복의 연속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감사하고 보람있었던 일은 숱한 어려운 고비고비마다 이화인 모두가 진실된 협동으로 발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화의 모든 가족들이 각기 자신의 직분을 아낌없이 다함으로써 우리가 서로 어울려 이화의 지난 10여년사를 창조적으로 꾸려나온 것입니다.

위로는 이사장님을 비롯하여 이사님들의 따뜻한 보살핌과 무조건적인 신뢰, 열의있고 능력있는 여러 동료 교수님들의 정성, 패기와 열정에 넘치면서도 마침내는 지혜와 절제를 다한 우리 학생들, 말없이 많은 바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유능하고 충직한 사무직·기능직의 이화식구들, 모교의 일이라면 어떤 계산도 주저도 없이 협력하고 감싸안는 국내외 곳곳에서의 우리 동창 선후배님들, 그리고 이화를 아끼고 거들어 주시는 국내외 이화의 친지들과 학부모들, 이 모든 분들의 정성과 함께함이 없었던들 오늘의 이화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진정한 감사를 올립니다.

저의 재임기간 동안 제가 특별히 소망했던 바 일들인, 학문하는 대학으로서의 더 한층의 발전, 신앙과 능력과 역사의식을 갖춘 여성전문지도자의 배출, 이를 위한 물심양면의 조건확보 등은 어떤 사정하에서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이 여러분과 더불어 추진하였으나 결코 만족스럽고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니, 그 일들은 어느 한 시대에 완성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전에 선배님들이 해온 일이듯이 우리가 참여하여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또 앞으로도 신임총장돠 함께 우리가 이루어 갈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번에 우리 학교는 새로운 제도로서 전체 교수님들의 직접 참여에 의해 추천되고 재단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선임된 윤후정교수가 90년대 이화공동체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화의 기대 가운데 차기 총장으로 일하시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널리 아시다시피 윤후정교수는 인격과 역량을 갖춘 자랑스러운 우리 이화의 딸입니다.

이화에서 배우고 연구하고 가르쳤기에, 그리고 이화정신과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한 사람이기 때문에 윤후정교수는 가장 전형적인 이화인의 한 사람임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저의 재임동안 보여주셨던 이화에 대한 헌신과 애정있는 비판과 지원을 새 총장부임 이후에 한층 더 강화해 주실 것을 모든 이화인과 친지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제 끝으로 총장직을 물러서면서 한마디 드리고 싶은 말은 이화는 위대하다는 것입니다.

이화는 위대합니다.

지난날에도 위대했고 지금도 위대하며 앞으로도 이화는 영원히 위대할 것입니다.

그 위대한 이화를 위하여 다함께 헌신하며 다함께 노력하여 다함께 손잡을 때 비로소 더 위대한 미래가 우리 것으로 다가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위대한 이화 그것은 결코 범접할 수 없는 고귀함이요, 바꿀 수 없는 귀중함입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평교수로 돌아가면서 다만 제가 총장으로 재직할 때 미처 깨닫지 못하여 저질렀던 실수가 있었다면 더없는 관용으로 받아들여주시기를 간청하면서, 재임기간 동안 저에게 보내주신 여러분의 그 깊은 성원과 애정을 고이 가슴에 간직하고자 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제 위대한 이화의 미래와 윤후정 총장의 앞날, 그리고 우리 조국의 역사에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큰 축복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면서 저의 이임사를 마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1990년 8월 7일 정의숙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