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7일 거리의 사람들은 풍선으로 만든 지붕, 끝없이 겹쳐진 문 등을 보며 걸음을 멈추고 전시회를 즐겼다.

  5월17일~5월24일 서울지역 15개 대학의 건축학과(부)가 연합한 ‘대학 건축과 연합회(AUUS, Architecture Universities Union in Seoul)’가 홍익대 인근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연합전시회를 열었다. 대학 건축과 연합회 소속 학생들은 통행공간, 공연장소 등 다양한 거리의 기능에 비해 시설이 미비한 홍대 거리를 건축물로 보완하고자 전시회를 기획했다.


△걷고 싶은 거리의 기능을 살린 실용적 건축물

  학생들은 ‘걷고 싶은 거리’의 문화적 기능을 강화하고자 건축물을 구상했다. 본교 건축학과 학생들은 게시물을 직접 게시할 수 있는 건축물 ‘파빌리온 필릿(Pavilion fill-it)’을 만들었다.

  다목적 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출발한 건축물도 있었다. 경희대 학생들은 나무판자를 화단에 촘촘히 세워 길 중앙에 놓인 화단을 가로지르는 쉼터 ‘드라핑 파빌리온(Draping pavillion)’을 만들었다. 경희대 건축팀 최명훈 디자인팀장은 “드라핑 파빌리온은 화단 때문에 수직적으로 단절된 공간을 덮어 연결한다는 의미”라며 “직선으로 건축물을 세우면 단절을 더하는 것 같아 곡선으로 건축물을 설계했다”고 말했다.

  일부 건축팀은 공연 문화가 발달한 ‘걷고 싶은 거리’를 위해 무대를 마련했다. 성균관대 건축팀은 소주병 약 3천개를 쌓아 약 1㎡의 건축물을 설치했다. 성균관대 건축팀 양동욱 디자인팀장은 “홍익대 인근 거리에 유흥문화가 발달했다는 점에서 착안해 거리에 버려진 소주병으로 건축물을 지었다”며 “항상 어두운 곳에서 어렵게 공연하던 거리 음악가들에게 가장 홍대스러운 무대를 선물한 것”이라 말했다.


△걷고 싶은 거리의 특징을 담은 상징적 건축물

  홍익대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공간으로 형상화한 작품도 눈에 띄었다. 고려대 학생들은 분홍색, 흰색 풍선에 헬륨가스를 넣고 그 위에 망사 천을 씌운 건축물 ‘벌룬327(Balloon327)’을 세웠다. 이 건축물은 일정한 형태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상징한다. 고려대 건축팀 오승영 디자인팀장은 “프랜차이즈에 물들지 않은 능동적인 문화를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몇몇 건축팀은 나름의 방법으로 ‘걷고 싶은 거리’를 정의해 건축물로 표현했다. 서울시립대(시립대) 참가팀은 다양한 재질의 약 20개 중고 문을 겹겹이 붙여 만든 미로인 ‘파빌리온 D(Pavillion D)’을 설치했다. 시립대 건축팀 고광영 디자인팀장은 “안과 밖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문을 이용해 미로를 설계하려 했다”며 “그 안에서 길을 잃고 자기만의 동선을 만드는 경험이 홍익대의 특성을 체험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은(서울시 서대문구․24)씨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지은 학생들의 솜씨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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