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érsite Libre de Bruxelles


  바로 벨기에다. 나는 2012학년 2학기부터 작년 1학기까지 1년 동안 벨기에 Univérsite Libre de Bruxelles(자유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다. 벨기에에 관해 아는 것이라고는 ‘와플’이 전부였던 나는 벨기에의 매력에 푹 빠졌다. 벨기에는 어찌 보면 우리나라와 닮아 있는데 주변이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어와 같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나라다. 또한 프랑스를 쓰는 왈로니 지역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랑드르지역으로 나뉘는 것도 조금 극단적으로 보면 우리의 남과 북이 나뉜 모습과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까. 내가 있었던 곳인 브뤼셀에서는 불어가 통용되었기 때문에 불어를 배우기에도 괜찮은 환경이었고 (벨기에 억양이 강하게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정치에 관심 있었던 나에게 유럽연합과 나토본부 등 각종 국제기구가 있는 브뤼셀은 교환학생으로 머물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교환학생 중 가장 기억에 경험 하나를 꼽자면 모의 NATO 회의에 참여한 것이다. 브뤼셀에서 열린 모의 나토회의는 전 세계 대학생이 NATO 회원국의 대표로서 참여해 실제 NATO회의처럼 시물레이션을 한다. 덕분에 라스무센 사무총장을 뵙고 NATO 본부를 견학할 기회를 얻었고, 모의 NATO회의에 참여해 NATO에 대해 생생히 공부할 수 있었다. 나는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EAPC(유럽대서양 파트너십 이사회로 나토 회원과 파트너 국가들이 만나는 다자간 포럼)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나의 영어공부나 정치공부에 동기부여가 되었고, 무엇보다 평화라는 같은 비전을 꿈꾸는 또래의 다양한 국적의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았다.

  이러한 경험뿐 아니라 유럽연합 본부가 위치한 도시답게 벨기에에 머무르는 동안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서로 다른 국적의 친구들과 매주 모여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 어렵사리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해 김밥, 잡채, 찜닭 같은 요리를 만들어 함께 먹곤 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벨기에, 콩고, 멕시코, 일본, 중국, 헝가리 등 국적도 언어도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친구가 되었다.

  교환학생 중에는 유럽여행을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벨기에는 유럽의 중심지에 있는 만큼 여행을 다니기도 편리하다. 나는 크리스마스에 이탈리아 친구의 초대로 이탈리아 ‘파마(PARMA)’로 여행을 가 그 친구 집에 머물면서 유럽의 가정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떠난 당일치기 벨기에 자전거 여행도 기억에 남는다. 5시간 정도를 엄청난 속도로 달리다 보니 다음날 일어날 수가 없었던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눈, 비를 뚫고 ‘피오르드’를 보겠다며 올라간 노르웨이의 프레이케스톨렌에서는 안개 때문에 결국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내려오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모했던 여행도 있었지만, 모든 것이 내 삶의 체력에 근육이 된 것 같다.

  벨기에에서 일년, 처음에는 그들 문화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볼을 맞대고 인사하기 ‘비쥬’ 조차 움찔하던 나였다. 그런데 돌아올 때는 내가 먼저 볼 인사를 건네고 있었던 것을 보면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짧지만은 않았나 보다. 나는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랑플라스 (벨기에 시청사) 앞에서 친구들과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꽃피우고 있다. 벨기에에서의 교환학생 경험은 이화가 나에게 준 정말 감사한, 꿈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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